남재희노동부장관은 취임이후 줄곧 조용한 행보를 취해왔다. 남장관이 스스로를 비유해 즐겨 쓰는 표현은 「용각산」과 「3D장관」. 「용각산」은 무슨 일이든 요란하지 않게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소리도 저 소리도 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3D장관」은 말그대로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직책이란 의미다. 요즘들어서는 「D」를 하나 더 붙였다. 「비참한」 「음산한」이란 뜻의 「DIRE」다.
남장관은 어느 외국잡지의 서울특파원이 쓴 이 표현을 끌어다 노동장관 자리의 고충을 토로하곤 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자리니 드러나지 않게 일하겠다는 심정을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조용한 것과 쓱싹 해치우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남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당노동행위와 관련, 서울지방노동청이 지난4일 동부그룹 김준기회장과 김택기사장을 비밀리에 소환조사한 것은 자신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의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만큼 기자들이 왁자지껄 달려들어 캐묻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남장관은 또 『검찰이야 사전에 온다고 다 말해주고 요란하게 할 수 있지만 노동부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남장관이 말하는 검찰과 노동부의 차이가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늘 말하는 「조용한 일처리」가 그 차이의 핵심이라면 문제가 크다. 한국자동차보험의 부당노동행위는 돈봉투사건과 맞물려 있어 어차피 조용히 처리될 수 없는 성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회장등은 서울노동청이 조사한 다음날 검찰출두가 예정돼 있었고 실제로 출두했다.
남장관은 그래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조사하고 난 다음 조사사실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며 말문을 막았다. 그러나 실제로 자발적 공개는 없었다. 장관의 영이 안서는건지 부하직원들이 장관의 뜻을 헤아려 조용히 입을 다문건지… 노동부는 참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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