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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이드 쇼」(사설)

입력
1994.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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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반도의 안보환경에 관한 연쇄보도를 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핵문제를 둘러싼 북한―미국, 북한―국제원자력기구간의 협상이 되는건지 안되는 건지 종잡을 수 없게 된지는 이미 오래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미국의 「사이드 쇼」까지 겹쳐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인상이다.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목사가 클린턴―김일성 사이를 오가며 밀사외교를 펼친것은 그나마도 싫지 않은 해프닝이었다. 양쪽 모두 별다른 내용이 없어 혹시나하던 기대감이 무너지긴 했지만 긴장완화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보탠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평화적인 외교 제스처말고 다분히 군사무력시위성격의 사이드 쇼가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의아스런 눈으로 보지 않을수 없다. 그 쇼는 미국의 국방부와 일부 언론에 의해 매일같이 연출되고 있다. 몇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한다, 미국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한국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발발시에는 한·미 연합군이 4개월만에 승리할수 있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단순히 북한군을 격퇴하는데 그치지 않고 평양을 점령해서 김일성정권을 전복시킨다, 금년도 팀 스피리트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1천명이상의 미군을 한국에 추가 증파한다….

 문제는 이런것들이 당사자인 한국측과 사전에 협의된 것이냐는 것이다. 국민들이 다소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미국이 한국측과 충분한 협의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쑥불쑥 일방적으로 던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정부 역시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이런 보도들에 대해 적극 대응하려들지 않고 있고 한다해도 늦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일련의 사이드 쇼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는 점은 대체적으로 두가지 인것 같다. 하나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한·미간에 마찰이 있는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걱정이다. 다른 하나는 사실이든 엄포든 그런 군사적 시위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엇을 노리고 이런 사이드 쇼를 벌이는지 우리가 짐작 못하는바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가 열리는 오는 22일 이전에 북한 핵사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고 싶다.

 그러나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그러한 일방적 전략에 가끔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그리고 미국측의 그런 사이드 쇼가 과연 북한의 핵문제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아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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