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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보스니아 공습」 단행할까/“효과 불확실”… 나토 찬반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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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보스니아 공습」 단행할까/“효과 불확실”… 나토 찬반양론

입력
1994.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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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제2베트남」 우려 신중 『보스니아 공습은 멜로드라마의 서막에 불과하다. 막상 때려놓고 시작하면 엄청난 뒷감당은 누가 맡는가』

 22개월째 확산일로를 치닫는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서방의 고민을 단적으로 함축한 윌리엄 페리미신임국방장관의 발언이다.

 서방측이 또다시 갈등을 겪고있다. 5일 세르비아계의 무차별 포격으로 사라예보에서 2백60여명의 회교계주민 사상자가 발생하자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무력개입여부를 놓고 열띤 격론이 벌어지고있다. 유럽연합(EU)은 6일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7일 16개회원국 대사회의를 갖고 보스니아내전 개입문제를 토의했다.

 그러나 해법도출은 쉽지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총대」를 짊어질 나토가 찬반양론으로 갈려있기 때문이다. 우선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등은 무력개입을 찬성하는 입장인데 반해 캐나다 독일 그리스는 반대하는 쪽이다.

 그러나 해결방향의 관건은 나토의 맹주격인 미국이 쥐고있다. 빌 클린턴미대통령은 6일 소집된 백악관 고위보좌관회의에서 일단 즉각적인 무력보복 결정을 유보했다. 앞서 페리국방장관은 공습을 포함한 즉각적인 무력동원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클린턴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보스니아가 미국에 「제2의 베트남」이 될지 모른다는 클린턴의 정치적 판단때문이다. 6백년간의 구원에 얽힌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회교계등 3개소수민족이 영토확장을 놓고 벌이는 보스니아내전에 섣불리 끼어들 경우 「유럽판 킬링필드」의 수렁으로 미국이 빠져들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보스니아 3개민족 정파중 서방측의 응징대상은 20만 병력과 우세한 화력을 앞세워 회교계를 압박하는 세르비아계 민병대다. 하지만 보스니아영토의 70%가 산악지형인데다 세르비아계 민병대는 제2차세계대전중 독일군을 물고 늘어졌을 정도로 게릴라전에 능하다. 때문에 서방측의 공습효과도 불확실할 뿐아니라 불똥이 인접국가로 튀어 내전이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무시할수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현재 보스니아에 파견된 2만8천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의 안전이 세르비아계의 보복공격으로 위협받을 공산도 크다.

 그러나 미국의 유보적 태도를 「칼」을 접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안된다. 여기에는 그간 분쟁해결차원에서 소극적인 역할에 안주하던 부트로스 갈리유엔사무총장이 최근 표명한 적극적인 공습요청의사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있는 것이다. 즉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은 갈리총장의 지지를 얻음에 따라 보스니아 공습에 필요한 대의명분을 확보한 셈이 됐다. 갈리총장이 이처럼 강경노선으로 급선회한 이유는 더이상 평화적 협상에 따른 분쟁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 때문이다.

 2만여명의 사망자와 13만명의 실종자, 2백만명의 난민을 양산한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서방측의 무력개입여부는 결국 미국의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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