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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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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는 유행이나 거품과 같다. 고전은 다르다.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이다. 유럽에선 본디 고풍이라는 뜻과 더불어 문예작품에 국한되었으나 차차 개념이 넓어져 사상과 음악등 예술분야까지 포용한다. 고전은 시대의 비평과 역사의 풍상을 이기고 선택된 지적 유산이다. ◆교육의 기본과제는 교양인을 길러내는 일이다. 교과서와 참고서에 매달리는 한 진정한 교양은 터득할수가 없다. 서울대학교는 새학년도부터 교양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고전읽기」를 의무화하고, 동서양의 「고전2백선」을 소개했다. 문학 1백선과 사상 1백선이다. 고전의 바다는 역시 무한정 넓고 심오하다. ◆문학서나 사상서나 우선 동서고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학서에서 특히 이채로운것은 월북작가들의 작품이다. 홍명희의 「임꺽정」 이기영의 「고향」등이 시선을 끈다. 한국문학사의 포용력에 이만큼 여유가 생겼다. 동서양의 사상서를 보면 더욱 현란하다. 목록을 상세하게 살피면 역시 고전은 고전이구나하는 책이 빠지지 않았다.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엔 이 고전들이 넘어야 할 산이고, 기성세대에겐 회고와 감동의 샘이기도 하다. 「고전이란 누구나 읽었더라면 하고 원하면서도 실제론 누구나 읽기를 싫어하는 책이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이 말은 이른바 교양인의 허점을 송곳처럼 찌른다. 과연 「고전2백선」을 완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서 두가지 문제가 떠오른다. 2백개를 원어로 모두 읽는다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연 번역이 어느 수준인가가 첫째 문제다. 다음으로 동양의 고전을 대하면서 한문교육은 이대로 백지상태에 있어도 좋은가하는 의문이다. 지금으로선 말이 막힌다는게 솔직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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