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첫 시행을 앞둔 유가연동제가 시작도 못한 채 벌써 흔들리고 있다. 지난 연초 상공자원부가 국내 유가를 조정하면서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을 되레 올리자 많은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여 「신3저」가 왔느니 뭐니 하며 외신이 떠들썩 했는데 국내 기름값은 거꾸로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유류의 특별소비세를 인상, 도로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쓰기로 했으므로 휘발유값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었다.
4일 상공부는 유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최근의 국제시세 하락을 반영, 국내 유가가 지금보다 평균 4∼5%가량 내릴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가 하루를 못넘기고 긴급차관회의를 통해 번복됐다.
당국의 설명은 대충 이렇다. 1월중 도입원유 시세는 기준단가보다 1달러이상 낮은 13달러85센트에 머물렀다. 당연히 휘발유는 9·5%나 되는 인하요인이 생겼고 특소세율 인상이 없었다면 소비자가격은 현행 ℓ당 6백20원에서 5백70원정도로 크게 낮아질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이견이 제기됐다. 연동제 실시로 유류값이 내리면 특소세가 당초 계획보다 무려 6천억원가량 덜 걷혀 심각한 세수차질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것이다. 갑론을박끝에 정부는 특소세율을 한달여만에 다시 인상, 소비자에 돌아갈 몫을 거의 대부분 세금으로 걷기로 7일 결론을 냈다.
유가연동제는 국내의 유류가격을 국제원유시세나 환율변동에 맞춰 자동적으로 변하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번 특소세 파문을 잘 음미해보면 연동제는 정부의 「징세 편의주의」에 국내 유가를 연동시키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만약 국제유가가 급등, 국내 유가도 상승이 불가피할 때가 오면 당국이 자동적으로 더 걷힌 세금을 소비자에 반납해야 된다는 논리도 될 수 있다.
결국 유가결정에 국제화 흐름을 도입하려던 정부가 국내 사정을 들어 중도포기한 모습이니 연동제의 앞날이 순탄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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