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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의 궁색한 변명/홍희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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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의 궁색한 변명/홍희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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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봉투사건의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한켠에 비켜 서 있는듯한 노동당국의 행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진상이 어떻든간에 돈봉투사건의 출발점은 한국자동차보험의 부당노동행위논란이었고, 이 논란의 시비를 가리는 책임을 진곳은 노동부의 서울지방노동청이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해 7월말 자보 근로자들이 동부그룹 임원들을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을 노동부로부터 넘겨 받았다. 사건에 대한 사법수사권을 갖고 있는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자보의 인사과장등 3명을 불러 수사를 한게 아니라 고소장을 자세히 「정리」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업무량이 많은 형편에 고소장 내용이 복잡하고 관련인물이 많아 내용을 아는 자보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는것.

 이즈음 고소장 사본이 자보측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관계자들의 항의를 받은 노동청은 『일부러 넘겨준게 아니라 근로감독관이 잠시 눈을 뗀 사이 자보 직원들이 몰래 빼내 갔다』고 해명했다.

 피고소인들의 부하직원들에게 보여줘서도 안될 고소장의 정리를 맡긴 측의 변명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흰말 궁둥이」든 「백마 엉덩이」든, 그게 그거다.

 노조측의 항의와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해 9월 자보 사건의 담당자를 다른 근로감독관으로 바꿨다. 교체이유는 문책이 아니라 『전임감독관이 나이가 많고 업무를 힘들어하는것 같다』는것이었다.

 돈봉투사건의 파문이 확대되면서 이 서류유출건이 다시 거론되자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 5일 『업무소홀책임을 물어 이미 담당 감독관을 징계했다』고 재빨리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는 「2월4일」이었다.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 무려 6개월이 지난 뒤였다.

 돈봉투사건은 자보와 국회의원들간의 비리의혹이지만, 뿌리는 기업과 관료조직 정치권등 모든 세력들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있다고 봐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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