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주총은 15일의 하나은행·보람은행을 시발로 하여 23일의 제일은행을 끝으로 매듭지어진다. 이번 정기주총은 김영삼정부의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가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주총이다.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는 은행장 인선에서 정부와 당등 외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가능한한 은행자율에 의해 선임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은행자율화를 위해서는 인사자율화와 경영자율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는 인사자율화를 보장하는 최선책으로 바로 이 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우리는 이 제도가 의도한대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 은행장 자율선거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제도는 역시 운영이 중요하다. 제도가 아무리 좋으면 뭣하는가, 악용하려들면 헛수고로 끝나는 것이다.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도 마찬가지다. 이 위원회는 전직은행장 3명, 대주주 2명, 소주주 2명, 고객대표 2명등으로 구성하게 돼있다. 은행들이 9명의 추천위원을 물색하는데 주주총회 15일전까지 은행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추천위원들이 선임한 은행장도 승인받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재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은행감독원이 비토(거부)권을 갖고있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얼마든지 영향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은행장 선임의 자율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김영삼대통령은 이번 은행주총을 앞두고 은행인사의 자율보장을 딱 부러지게 지시했다. 『이번 금융기관 인사에 정부도 절대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지만 인사청탁을 하는 금융인들이나 은행인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 때문인지 감독관청인 재무부는 주총과 관련하여 전혀 관여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은행장 등 임원들도 공연한 오해를 자초하는 것을 우려하여 복지불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사람으로서는 겉과 속이 같은지 알길이 없다. 대통령이 은행인사의 자율보장을 강조한 이상 이제 공은 은행인 스스로에 넘어갔다고 하겠다. 올해 임기만료되는 은행임원은 한국은행과 국책·특수은행 10명, 시중은행 54명(자진사퇴임원 2명제외), 지방은행 25명등 모두 89명이다. 이 가운데 은행장이 10명이다.
장씨 사건과 관련된 두 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임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은행자율화의 정착을 위해서 정부는 김대통령의 지시를 실천해야할 것이다. 또한 은행임원들은 스스로가 그 악명 높은 니전투구의 로비와 음해를 자제하는 자구책을 취해야할 것이다. 자율화에는 당사자 자신의 노력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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