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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민들 실속·개성소비 정착(특파원이 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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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민들 실속·개성소비 정착(특파원이 보는 세계)

입력
199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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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브랜드·유행 무시… 바겐세일 기다려 계획구매/작년 전후 첫 내수감소 기현상도 파리의 겨울 바겐세일철이 끝났다. 서유럽의 도시들이 대개 그렇듯 파리 역시 여름과 겨울 두차례에 「솔드」라고 하는 약 한달간씩의 정기바겐세일이 있다. 파리시민들은 이 바겐세일을 매우 손꼽아 기다린다. 최고급 백화점에서부터 동네 구멍가게들까지 일제히 실시하는 이 세일에선 보통 20∼50%까지 싸게 판다. 세일이 시작되면 파리의 유명백화점인 라파예트와 쁘랭땅백화점은 인산인해다. 프랑스사람들은 바캉스말고는 세일구매를 위해 저축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수첩에 가격을 메모하고 비교하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파리시민들을 보면 참 알뜰하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하면 누구나 패션과 향수의 도시로 연상한다. 그러나 세계최일류의 부티끄가 밀집한 생토노레거리에 가보자. 그곳에서 만날수 있는 사람은 다소 과장하면 영화나 TV에서나 볼 수 있는 톱스타나 아랍풍의 부호, 그리고 일본, 한국관광객들뿐이다. 프랑스 고객은 명사외에는 거의 없다.

 요즘 프랑스신문에서는 프랑스소비자의 구매태도에 일대 변혁이 일고있다는 내용이 주요기사로 자주 다뤄지고 있다. 이는 작년11월에 전후 최초로 프랑스에서 내수감소현상(마이너스1·6%)이 나타난 것과 관련이 있다.

 이 현상은 지난 4년여간의 유례없는 경기침체로 인한 과도기적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학자들이나 시장조사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보다 심각하게 연구분석하고 있다. 결론은 프랑스 소비자들이 80년대의 과소비풍조에서 완전 탈피했으며 이제 실속구매는 돌이킬수 없는 경향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복수」로 표현되고 있다. 소비자는 판매원 앞에서 수동적으로 서 있기를 거부하고 자기가 주도권을 잡고 상품의 가치를 손수 판단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고가의 브랜드 상품은 거들떠 보지 않고 유행의 영향을 경계하며 상품의 상징적· 과시적 특징에 점점 덜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패턴이 강해지고 있다.  구세대가 대량소비시대를 장식했던 표준화된 상품구입에 몰두했다면 신세대는 각 개인이 독자적인 시장을 상징하는 인격화된 마케팅세대라는 어려운 사회학적 분석도 있다. 아무튼 이 분석들을 쉽게 요약하면 프랑스국민들은 실속과 규모와 개성있는 소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같다.

 이런 기사를 읽다가 문득 「파리촌놈」이라는 말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 「파리촌놈」은 파리에 주재하는 한국상사원의 가족들이, 특히 부인네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다. 어쩌다 몇년만에 서울에 가면 서울사람들이 파리지앵보다 훨씬 호사롭고 멋지게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피에르 카르댕」이나 「이브생로랑」은 서울에서는 웬만하면 입는 흔한 브랜드이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엄두도 못낸다. 세일기간에 그것도 작심하지 않으면 장만하기 힘들다. 그래서 파리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서울에서 프랑스 일류메이커옷을 사입고 온다. 비록 「메이드 인 코리아」지만 이를 알리 없는 프랑스이웃은 기가 죽을 수밖에.

 파리시내에서 미용실을 하는 한국인 헤어디자이너는 『서울에 갈때마다 한국여자들이 예뻐져서 파리에서 왔다고 말하기가 창피하더라』며 「파리촌놈논」에 동조한다. 파리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피부전문미용실 따위는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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