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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부부맞절풍습 되살아난다/“상호존경과 평등 상징적 예절”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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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부부맞절풍습 되살아난다/“상호존경과 평등 상징적 예절” 호응

입력
199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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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갈등해소·자녀교육에도 유익 전통 유교예절에서 시작된 설날 아침의 부부 맞절(부부상배) 풍습이 근년 들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성균관 여성유도회 회원과 성균관 예절학교 졸업생 가정을 중심으로 점차 일반에까지 퍼져 나가기 시작한  설날 부부 맞절하기는 부부 상호간의 존경과 사랑 평등의 상징적인 형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여러 가정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설날 부부 맞절하기는 올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이고 사회 기본 구성 단위인 가정의 민주화와 가족 구성원간의 평등한 관계 재정립이라는 주제와도 맞아 떨어진다. 이에 따라 여성유도회는 특히 이번 설부터는 보다 많은 가정에서 부부 맞절하기를 할 수 있도록 주부예절학교와 전국 각지부를 통해 활발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여성유도회 안인집회장은『부부가 서로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의미에서 하는 설날 맞절은 한해를 갈무리하고 새해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며『부부맞절을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부부들 중에서 고루한 형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절을 하면서 권위적인 남편우위의 수직적인 관계대신 수평적인 관계임을 서로 확인함으로써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부부 맞절은 본디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적 미풍양속가운데 하나였다. 조선 정조 16년(1792년) 이의조(이의조)가 펴낸「가례증해(가례증해)」에는 부부맞절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이 책에서 퇴계 이황은「혼인이나 제사때 남편과 아내 상호간 절을 한다」고 했고 우암 송시열은「남편이 여러날 밖에서 머물고 집에 돌아올 때나 밤을 밖에서 지내고 와도 다음날 아침 맞절을 한다」고 했다. 율곡 이이는「부부가 한해에 맞절을 세번하는데 부부 생일에 각 한번씩 하고 설날에 한다」고 했다. 조선시대부터 행해지던 부부맞절은 갑오경장을 거치고 일본의 식민통치가 시작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됐다.

 여성유도회 손영희 예학원 원장은『예전부터 우리는 부부가 상호 존중하는 맞절의 좋은 전통이 있었음에도 서양적인 것만 선호하는 태도 때문에 부부 맞절이 사라졌다』며『요즘 부부는 친하다는 이유로 반말을 일삼고 존경보다는 상호 무시하는 언사를 자주해 가정의 불화가 생기고 이로인해 가정파괴까지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도회 일부 회원 가정에서는 설날 부부맞절 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간에도 맞절을 하면서 설을 맞고 있다. 부부 맞절을 하는 집에서는『맞절이 부부간의 갈등과 가정내 문제를 해소하고 자녀 교육에도 매우 유익하다는 것』에 한결같이 공감하고 있다. 또한 맞절을 함으로써 부부가 서로 조심하게 되고 남편의 맹목적인 권위가 사라져 부부사이는 물론 부모 자식간에도 민주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데도 상징적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결혼후 줄곧 설날 부부맞절을 해온 박상현씨(53·서울 은평구 응암1동)는 친정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맞절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결혼후 남편에게 설날 맞절을 하자고 권했더니 처음에는 어색해 하는 것 같았으나 여러번 하면서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박씨는『남편이 맞절을 한 후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대화때 반말하는 것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부부맞절을 하고 있는 가정에서 자란 유호연군(20·건국대생화학과1년)은『가정의 화목이 부모님의 맞절에서도 영향 받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맞절의 형태로 표출하기 때문에 자녀들도 부모를 대할때 공손한 태도로 예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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