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전용경기장 건립 등 대중화 “열기” 『모두가 태권도를 배운다』
최근 북한의 잡지등에 종종 소개되는 구호다. 북한은 민족고유의 무술 태권도를 군사훈련뿐 아니라 직장체육,학교교육을 통해 주민전체를 대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북한당국이 태권도의 대중화를 위해 범국가차원에서 벌이는 지원은 우리측 태권도관계자의 적지 않은 부러움을 살 정도다.
92년 김일성주석이 『노인도 태권도를 하면 백년이상 살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북한에서는 「건강태권도」라는 체조가 개발돼 주민들의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는것으로 전해진다. 조선태권도위원회(위원장 최롱해)와 국가체육위원회 체육과학소가 만든 건강태권도는 모두 50개의 기본동작으로 이루어 지며 가요 「우리를 보라」에 맞춰 3분간 진행된다는것.
『천지!』 『단군!』 『도산!』 북한태권도의 구호는 생소하지만 동작 하나하나는 우리측과 똑같다. 북한에서 대련은 「맞서기」라고 불려 우리측의「겨루기」와 명칭은 다르지만 형식은 차이가 없다. 겨루기를 우리측은 「약속겨루기」와「자유겨루기」로 구분하고 있고 북한은 「약속하기」와「자유맞서기」로 구분한다.
별다른 교류가 없었는데도 이처럼 남북의 태권도가 유사한것은 반한인사 최홍희라는 연결고리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그가 이끄는 북한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에 기구단일화를 제안,우리측 관계자에게 많은 감회를 주었다.
북한은 태권도를 『고구려때부터 전해온 격술인 태껸과 수박치기를 바탕으로한 귀중한 민족문화유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태권도가 북한에 도입된것은 최홍희가 사범들을 이끌고 입북한 70년대 후반의 일이다. 1·21사태 당시 김신조는 자신이 훈련받은 무술을 「격술」이라고 불렀다. 태권도라는 명칭은 우리측에서도 64년 공식화됐고 이전에는 「태수도」등의 명칭과 혼용됐었다.
함북 길주태생인 최는 사단장재직시절 부하 태권도인들을 통해 태권도를 처음 접한뒤 대한태권도협회장, 말레이시아대사등을 지내며 초기태권도의 진흥과 사범들의 해외진출을 사실상 주도한 인물. 따라서 남북의 태권도는 모습이 같을 수밖에 없다는것. 중진급 태권도관계자치고 그와 인연이 없는 사람은 없으며 이 때문에 그가 총재로 있는 ITF에는 많은 해외사범들이 추종, 한때는 85개 회원국의 위세를 자랑했다. 그러나 내부분열로 사무총장 박정태, 심사위원장 하삼수등 교포사범들이 탈퇴하고 동구권국가들이 이탈, 현재 회원국은 13여개국으로 급감해 유명무실한 상태다.
국제조직은 쇠락했지만 적어도 북한내에서는 최홍희가 이식한 태권도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일종의 붐을 이루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92년 평양 청춘거리에 세계최대의 태권도경기장을 건립했다. 6만여㎡ 부지에 2천4백여석 관람석과 1백20여개의 훈련실·회의실등을 갖춘 이 건물은 정면에 김정일이 직접 쓴 「태권도전당」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대한태권도협회 강원식전무이사는 『국제무대에서 북한태권도는 결국 우리측에 흡수되겠지만 국내에서의 대대적인 정부지원은 도리어 우리측이 부러워하는 상태』라며 『태권도종주국이면서 전용경기장이 없는 우리현실이 아쉬울때가 많다』고 말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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