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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생산기지 탐방/스털링 하이츠시 소재 공장규모 37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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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생산기지 탐방/스털링 하이츠시 소재 공장규모 37만평

입력
199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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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곳곳 “품질만이 이긴다” 슬로건/“미국차 지키자” 거인생동감 넘쳐/프레스공장 세계최대규모… 섀도·선댄스 등 연간 20만대 생산 「자동차를 살 때는 먼저 미국차를 생각하라. 그런 다음 크라이슬러 제품을 염두에 두자. 우리는 세계 최고의 품질과 가치를 자랑한다… 미국차를 애용하는 길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구하는 길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인접도시 스털링 하이츠시에 있는 크라이슬러 자동차조립공장이 추구하는 「우리의 사명(MISSION STATEMENT)」내용이다. 미국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단어 아래에는 특별히 붉은 밑줄을 쳐 강조하고 있다. 정문과 마주보이는 벽에 「미국을 지키자(SUPPORT AMERICA)」라는 붉은 글씨의 슬로건, 성조기와 함께 걸린 「우리의 사명」은 전날 디트로이트 일원에 내린 폭설이 가져온 강추위와 씨름하며 공장을 찾은 본보 특별취재진의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무엇보다 사로잡았다. 미국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세계의 자동차 산업을 다시 이끌자는 애국심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진을 맞은 짐 풀만(51·생산담당 부장)과 크라이슬러 본사의 홍보담당자 앨런 밀러씨(44)도 취재진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우리의 사명이 바로 6개월전에 새로 만들어졌음을 강조했다. 우리의 사명이 새로 만들어진 시기는 묘하게도 일본 차와의 경쟁에서 밀리기만 하던 미국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해가던 시점과 일치했다. 두 사람의 말투에는 무기력을 털고 일어나는 거인의 생동감이 배어있었고 그래서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낯선 이국 땅에서 한층 절감할 수 있었다.

○모두“하면된다”

 이들 뿐만아니라  조립공장과 프레스공장에서 만난 관리직이나 근로자의 입에서는 하나같이 『품질만이 경쟁에서 이길수 있다』 『미국자동차산업의 부활은 단순히 일본 엔고의 산물이 아니라 품질 향상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다』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경쟁력 회복의 밑거름이 된 품질 향상을 겨냥한 미국자동차 산업계의 노력은 조립공장에 이웃해 있는 프레스공장 회의실 정면벽을 새로 장식한 「품질(QUALITY)」을 주제로 한 슬로건이 단적으로 상징해준다. 품질이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7개의 알파벳을 각각 머리글자로 하여 가로로 쓰여진, 짧으면서도 힘찬 문구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즉 「Q(UESTION OLD WAYS OF DOING BUSINESS)」 (과거의 일하던 방식에 항상 문제의식을 가집시다), 「U(NDERSTAND THE REQUIREMENTS)」 (고객의 요구를 이해합시다 ), 「A(NALYZE THE DATA)」 (통계를 분석합시다), 「L(OCATE THE ROOT CAUSE)」 (문제의 근원을 찾아냅시다)… 이처럼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품질과 고객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우리가 잊고있던 「하면 된다」는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스털링 하이츠시 밴다이크가 38111번지의 평야지대에 자리잡은 크라이슬러의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은 부지 면적만 3백10에이커(약 37만9천여평)에 달한다.

 이웃해 있는 세계최대 규모의 프레스공장과 더불어 크라이슬러가 자랑하는 생산기지이다. 조립공장에서는 「섀도」와 「선댄스」등 두 종류의 자동차를 연간 20만대 생산하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판매한 2백7만여대의 10%에 해당하는 생산 시설인데 생산성은 이 조립공장이 으뜸이다.

 프랭크 슬래터부사장(51)의 설명. 『미국내 일본현지공장에서 일하는 미국 근로자의 우수성만 보더라도 결코 미국 노동력의 질이 일본등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미국차의 경쟁력 회복은 우수한 노동력을 바탕으로한 품질 향상 노력의 결과이지 일본의 엔고 덕분만은 아니다. 가격이 싼것 보다는 품질 향상이 우선한다』 경쟁 상대인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회사를 두루 거친 그는 75년 미육군 소령으로 한국의 동두천에서 복무한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2천8백여명의 근로자가 하루 8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는 조립공장에는 사람이 드물었다.차체조립은 모두 로봇으로 대체한지 오래다.

○직원2천8백명

 스털링 하이츠 프레스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앨런 밀러씨는 『크라이슬러는 미시간주 스털링 하이츠와 워런, 오하이오주 트윈스버그에 모두 3개의 프레스 공장을 갖고 있지만 이 곳이 세계최대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65년에 준공된 공장의 연건평만 해도 57에이커(약 6만9천7백여평)에 달한다.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의 몇배 크기의 광대한 실내에는 30개의 메인 프레스라인외에도 중·소크기의 프레스라인이 각각 5개와 6개가 설치돼 있다. 크라이슬러 자동차에 쓰이는 모든 차체 강판을 생산하는데 하루에 소비되는 강판만도 무려 2천톤이나 된다.

 존 프랭크씨(52)는 27년간 오로지 크라이슬러만 위해 일해온 생산직 근로자로 장인정신이 뚜렷했다. 연봉 5만달러를 받는 그는 『지난해부터 가속된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 회복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될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본 자동차의 성공적인 미국내시장 공략이 근로자에게 자기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하는 그의 얼굴에는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엿보였다.【스털링 하이츠=이기창기자】

◎현장근로자 목소리/“더 이상 후퇴는 없다”/일본차와 전쟁 “승리 자신감”

 디트로이트를 둘러싸고 있는 트로이시등 미국 자동차공업지역에서 만나본 미국자동차업계 종사자들은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미국자동차의 활력을 단번에 확인시켜 주었다.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일선 근로자, 판매사원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업계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세계자동차 시장을 놓고 벌이는 「일본과의 전쟁」에서 『더 이상의 후퇴는 있을 수 없다』고 다짐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사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는 존 프랭크씨(52)는 2년전 미국근로자들의 작업태도와 낮은 생산성을 꼬집었던 한 일본 정객의 비판에대해 『그런 비판이 있기전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시인했다. 

 자동차판매와 여론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판매사원들의 의욕 역시 대단했다. GM이 얼마전 야심작으로 새롭게 내놓은 「새턴」판매사원 고든 버드씨(42)와 포드의 토러스를 취급하는 딘 셀러스씨(29)는 『미국인들은 최근까지 미국차의 품질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일본차들은 미국차에 품질면에서도 고전할것』이라고 장담했다. 『더욱이 엔화강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경기침체를 벗어나 수요가 늘어날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일본이 예전의 영광을 더 이상 누리기는 어려울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박사출신인 GM연구소의 마크 로빈슨씨(40)는『일본에 시장의 상당부분을 허용했던 과거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을것』이라며『여러면에서 승리를 빼앗아 올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크라이슬러의 빅 렌스베리인사부장(46)은 『지난 2∼3년간 우리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엄청난 교육 훈련을 실시했으며 이 결과는 어김없이 최근의 사세신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스털링 하이츠=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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