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여권 관광비자로 20여차례 출국/한번에 10여일 머물며 수십억대 털어 최근 엔화를 노리는 소매치기들의 일본원정범행이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처음으로 1개파를 검거,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일본 원정소매치기조직이 부산을 비롯, 서울 대구등지에 모두 10여개파 이상 있는 것으로 보고 계보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지검 강력부에 검거된 일본 원정소매치기조직 「태상파」 두목 이태상씨(39·특수절도등 전과2범), 조직원 이영일씨(35·전과2범)등 2명과 달아난 일당 정동식(32·전과4범), 김기창씨(32·전과7범)등은 92년1월부터 지금까지 20여차례 일본을 드나들면서 범행해왔다.
이들은 일본에 한번 건너가면 10여일씩 머무르면서 하루 20회이상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털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조사 결과 두목 이씨등은 남의 주민등록증을 이용, 부정여권을 발급받은뒤 관광비자로 한달에 한번꼴로 출국, 주로 오사카지역을 무대로 전철역 매표소와 승강대, 백화점안팎에서 부녀자와 노인층을 대상으로 소매치기 행각을 벌여왔다.
특히 두목 이씨는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백따기의 기술자」로 바람잡이 없이도 단독범행을 할 수 있어 이 바닥에서는 「귀재」로 통한다.
이씨는 일본인들이 10만엔이상은 지갑이 아닌 봉투등에 담아 핸드백에 넣고 다닌다는 사실까지 알고 범행할 만큼 일본 현지 사정에 밝은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범행전에는 반드시 현장답사를 하는등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일본경찰의 눈을 피해 귀국할때는 각종 잡화류를 구입해 오는 보따리장사로 가장했다.
범인들은 일본에서 슬롯머신이나 포커도박판, 유흥가등에서 돈을 물쓰듯한뒤에도 귀국할때는 2천만∼3천만엔씩 가지고 들어오다 붙잡혔다.
검찰은 지난해 연말 외무부를 통해 일본 경시청의 원정소매치기조직 명단을 넘겨받아 수사해오다 설날을 앞두고 대한항공편으로 김해공항에 내려 입국하던 두목 이씨등을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같이 일본 원정소매치기조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는 건당 수입이 적은데다 단속이 심해 검거될 위험이 높고 누범자의 경우 보호감호처분등 처벌이 무겁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엔고현상으로 한건하면 수입이 국내에서 보다 훨씬 좋을뿐아니라 경찰의 단속도 느슨하고 처벌도 가볍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부산=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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