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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파문/동부그룹/창업 25년만에 최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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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파문/동부그룹/창업 25년만에 최대위기

입력
199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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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경영진 사법처리 불가피/경영공백·투자계획 차질클듯 동부그룹이 창업 25년만에 큰 난국을 만났다. 그룹의 대표기업인 한국자동차보험의 뿌리깊은 노사갈등이 국회의원에 대한 거액 뇌물공여사건으로까지  비화돼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번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으로 박장광상무등 일부 경영진의 사법처리가 예상되는데다 김준기그룹회장등 최고경영진 4명이 출국금지 조치 당해 앞으로 상당기간의 경영공백이 불가피할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영업과 이미지에 미치는 타격도 적지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보다 13.2%나 늘려잡은 올해 그룹의 매출목표(4조1천억원) 달성은 물론 총 2천4백80억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의 실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그룹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룹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한국자보가 갈등의 진원지이다보니 그룹의 걱정이 큰것은 당연하다.

 자보의 노사갈등이 지난해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것은 이 회사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누적적자가 지난해말 현재 1천3백억원에 이를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과거 정부의 독점기업으로서 안고있던 비효율성이 여전히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 지경에 이르자 대대적인 경영합리화 계획을 추진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정면대결 양상이 빚어지게 됐다.

 회사측의 미숙함과 노조측의 비타협적 태도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 특히 지난해 초 회사측이 직원연수과정에서 조합원의 노조탈퇴를 강요, 노조의 반발을 불러옴으로써 노사갈등의 화근을 회사측이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조 또한 문제가 많았던것으로 지적된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자보의 노사갈등은 83년 동부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하기 전부터 내재된것으로, 그 뿌리가 깊다. 당시만 해도 한국자보는 정부의 독점기업이었고 대부분의 임원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앉았다. 내부직원의 승진이 어려워지자 노조의 불만은 높아갔다. 노조는 갈수록 강성화됐고 의사결정이 전횡적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경영진도 자신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 문제가 표면화되는것을 꺼려 노조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는것이 관례처럼 돼 있었다. 적자가 엄청나게 늘어갔지만 이를 해결하기에는 정부기관으로서의 비효율성이 너무 컸다. 동부그룹이 인수당시 장부상 적자는 65억원에 불과했지만 실질적인 적자규모는 1천억원에 달했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회사를 민간기업에 넘겼지만 그 구조적인 문제가 불씨가 돼 인수한지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것이다.

 재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자보사태가 올봄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는 타기업의 노사관계에 혹시나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이다. 자보의 노사갈등이 조기에 해결되기에는 너무나 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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