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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고를땐 실용성에 무게/미국의 자동차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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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고를땐 실용성에 무게/미국의 자동차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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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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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분」 상징아닌 「신발」 개념/차령 10년·20만㎞ 주행도보통 미국여행에서 느낄수있는 각별한 맛중의 하나로 단연 운전의 즐거움을 꼽을만하다. 어디를 가나 잘 정비된 도로가 시원스럽게 트여있거니와 자칫 로스앤젤레스같은 대도시의 러시아워에 갇히게돼도 그저 흐름에 내맡기고 있으면 될뿐 얌체운전족따위에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 별로 없기때문이다.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더하게 하는것은 「차구경」이다. 미국·일본·독일등 세계적 메이커의 자동차틈에서 전혀 손색없는 모습으로 달리는 현대의 엑셀·엘란트라·쏘나타, 비록 OEM방식으로 남의 상표를 붙이고 있기는 하나 대우의 르망, 기아의 프라이드, 또 최근 부쩍 눈에 뛰기 시작한 세피아등 우리차의 비율을 셈해보는것은 또다른 재미이다.

 이러다보면 얼마 지나지않아 자연히 그많은 자동차의 종류·가격·성능, 심지어 제작연도까지 쉽게 판별해낼 정도로 웬만한 전문가적 수준의 안목을 갖추게 된다. 가격으로 보아 대체로 최하 7천∼1만2천달러정도는 소형차, 1만5천달러내외는 괜찮은 수준의 중급차이고 2만달러 이상이면 일단 고급차로 분류된다. 3만달러 정도가 최저가격선인 독일제 벤츠나 BMW, 미국의 캐딜락이나 링컨, 일제 렉서스등은 최고급차종에 속하며 이밖에 10만달러까지 호가하는 독일제 포르셰나 20만달러를 상회하기도 하는 이탈리아제 페라리같은 스포츠카는 프로스포츠나 연예계스타들에게나 어울림직한 그야말로 꿈의 자동차이다. 쏘나타는 중급차에 속하고 그랜저정도면 이곳에서도 상당한 고급차수준에 들어갈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승용차일반에 대한 대강의 분류일뿐 지프, 밴, 픽업트럭, 클래식카등까지 포함하면 그 종류나 가격이 실로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주목할만한것은 이들의 자동차소비패턴이다. 물론 우리와는 선택의 폭을 비교할수 없지만 어떻든 미국인들의 차종선택에서는 확실히 실용성, 기능성등이 우선기준이다. 우리 경우처럼 자동차를 마치 부와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비싼차를 장만하려고 들지는 않는다는것이다. 타고다니는 차종으로 해서 사회적 대우가 바뀌거나 호텔·식당등에서 다르게 대접받는 경우가 없음은 말할것도 없다. 더욱이 이사갈때마다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야하듯 차를 바꿀때마다 반드시 더 비싼차로 바꾸어야한다는 생각따위는 아예 없다.

 대학캠퍼스에 가보면 우리나라의 용달차용인 픽업트럭이 유난히 눈에 띈다. 활동적인 대학생들에게서 다용도로 쓰기편한 픽업트럭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있기때문이다.

 새차가 나왔다해서 2∼3년만에 조바심치며 차를 바꾸는 경우도 드물다. 차령10년이상, 주행거리20만이상되도록 차를 바꾸지 않는것은 보통이다.

 한마디로 자동차문화가 훨씬 발달한 미국에서 자동차란 다니는데 필요한 신발이상의 개념이 아니다. 발에 잘맞아 다니기 편리하고 질기면 그만인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인들의 고급차선호경향은 유별나다. 실제로 베벌리힐스나 말리부비치등의 고급레스토랑주차장에서보다 코리아타운의 설렁탕집앞에서 벤츠나 렉서스등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는것이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우리도 이제는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바꿀때가 됐다. 더욱이 우리같은 열악한 교통환경속에서 무조건적인 고급대형차선호풍조야말로 어리석을뿐더러 촌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로스앤젤레스=이준희특파원】◎연 1백15억불 “황금시장”/서비스업 총아 렌터카 산업/미전역 백40만대… 한국의 백40배

 미국 자동차산업의 영역은 생산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완제품 생산 및 출고 못지 않게 이를 이용한 제반 방계 서비스산업도 잘 발달돼 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렌터카 서비스분야이다.

 미국의 렌터카산업은 우선 시장규모면에서 단연 세계 1위이다. 92년말 현재 미국전역의 렌터카 총차량대수는 1백40만대. 시장규모는 약 1백15억달러(9조4천3백억원)를 상회한다.

 이는 자동차 대수를 기준했을때 무려 한국의 1백40배 규모이고, 일본보다는 6·7배나 큰 시장이다.

 최근 몇년동안 미 렌터카업체들의 자동차 총보유대수는 매년 0.75%정도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매출액을 기준한 연간 성장률은 무려 12%를 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몇년간 지속됐던 미국의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생각하면 렌터카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셈이다.

 지난 90년 92억달러 수준의 시장규모가 각기 91년에 1백5억달러, 92년엔 1백14억달러 규모로 치솟았다.

 이처럼 미렌터카산업이 활황을 보였던 이유로는 우선 ▲법적규제가 전혀 없고 ▲렌터카 차량표시를 차별화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배려때문이라는 점을 들수 있다.

 미국 렌터카업체들은 사업등록의 의무가 없고 증감차에 대한 신고나 차량검사도 할 필요가 없다. 

 빅3등 자동차 제작사들의 지원도 렌터카업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은 주요거래 렌터카업체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그 반대급부로 자사의 차량브랜드를 집중 구매토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차량가격도 대규모 할인해주고 리스 구입을 권장하는가 하면, 광고비도 일부 지원해 주고 있다. 이 때문인지 미국 렌터카중 일제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미제차 일색이다.

 그러나 미렌터카업계의 문제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 예가 시장과점현상이다. 상위 10위권 업체들이 총매출액의 8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10대 업체로는 허츠 버지트 에이비스 내셔널 앨러모 엔터프라이즈 달러 드리프티 에이전시 밸류등이 있다.

 특히 허츠 버지트 에이비스 내셔널등 이른바 「4대 메이저」의 독과점은 더욱 심하다. 이들은 전체 매출액의 57%, 보유대수의 70%를 차지하고 있는것으로 집계되는데 갈수록 그 점유율이 더 높아질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출액면이나 차량보유대수에 있어 단연 수위인 허츠는 이미 금호와 합작투자형태로 한국에 진출,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에이비스도 대우계열의 VIP렌터카와 사업공조체제를 갖춘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렌터카사업은 시장규모가 큰만큼 서비스도 출중한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전역에 걸쳐 공항 각지에 공항영업소를 설치해 여행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이들 영업소 대부분은 차량의 신속한 반납과 고객들의 여행편리를 위해  편도반납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차량대여 업무만 취급하는게 아니라 항공기 이착륙정보 제공, 비즈니스 정보센터등도 운영하고 있다. 허츠의 경우 전국영업소 1천3백여개중 5백개가 공항에 몰려 있다.【김영걸기자】◎미국교통체계 “합리주의적”/운전자 법규위반유혹 원천봉쇄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그 나름대로의 교통체계에는 특징이 있다. 문화수준이라고 할수도 있고 민족적 특성이랄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교통에서도 매우 실용주의색채가 짙은것이 특징이다. 같은 고속도로라도 도시 가까이 들어선다든지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면 속도를 45마일(68)로 줄이게 하고,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도 속도를 낼만한 곳이면 고속도로처럼 시속을 55마일(83)로 내게 하고있다. 도시를 벗어나면 시속을 높여 65마일(98)로 속도제한 범위를 높이기도 한다. 

 미국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법을 안지켜서는 크게 손해보겠구나』하는 교훈을 스스로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은 그런 경우가 많지 않지만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주차장 출구에 흔히 도끼날같은 창살을 박아놓고 있다. 가깝다 싶거나 돈을 내지않을 욕심으로 입구대신 출구쪽으로 자동차머리를 들이대다가 거꾸로 선 도끼이빨 행렬을 만나 질겁을 한채 뒤돌아서곤 한다. 출구에 심어둔 쇠창날은 주차장에서 나올때는 밑으로 숙여져 자동차가 아무런 손상없이 빠질 수 있으나 거꾸로 들어가려하면 쇠창날이 바퀴4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것이다.

 미국의 고속도로는 대개 가는선과 오는선이 동떨어진 거리에 설치돼 있어 사고시 중앙분리대를 넘을수가 없게 돼있지만 고속도로가 아니라도 중앙선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든지 넘을 유혹을 받을만한 지역에는 적당한 콘크리트벽을 만들어 물리적으로 넘을 엄두를 못내도록 해놓았다. 좌회전선이나 우회전선은 도로상에 단순히 페인트표지만 한것이 아니고 대기코너를 만들어 좌회전 또는 위험한 우회전을 할때는 그 코너에 미리 들어가 있지않으면 물리적으로 회전이 불가능하게 돼있다. 교통체계 자체가 매우 실용적으로 돼있기 때문에 운전자는 교통표지판을 보면서 『과연 그래야겠구나』하고 수긍하면서 도로를 달리게 된다.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는 교통법위반의 유혹을 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법규를 현실화하고 교통표지판, 도로구조를 개선해가는것이다.

 시간대별로 교통구조를 바꿔가는 것도 미국적 실용주의의 소산이다. 출퇴근시간에는 양방통행이 일방통행으로 둔갑하는 길이 많다. 출퇴근시간에 차를 세우지 못하게 하는 도로변도 군데군데 설정돼있다. 일방통행길에 잘못 들어가면 벌금도 벌금이지만 큰사고를 당할 염려가 있어 법을 어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다. 출퇴근시간에 이용할 수 없는 길거리에 주차를 했다가는 적어도 50달러이상의 벌금딱지를 받으며 대부분 총비용이 1백달러는 더 드는 견인을 당하게되므로 운전자들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일방통행, 시간대 주차금지등은 표지판이나 경고문을 세워놓아 일부러 눈을 감지 않는한 눈에 뛰게 돼있다.

 운전자가 교통위반유혹을 받지않도록 교통체제를 바꾸어 나간다면 우리식의 교통질서가 새로 떠오르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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