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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의 검은 정치인」/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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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의 검은 정치인」/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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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대전 이후 일본의 정치인들 중에서 하마다 고이치(빈전행일)처럼 별난 경력을 지닌 인물도 드물다. 동경부근 지바(천엽)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시절 야쿠자(깡패)조직의 량대산맥의 하나인 이나가와(도천회)의 산하조직인 금정회의 간부를 지냈고 상해죄의 전과를 갖고 있다. 그는 깡패조직에 있으면서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워 동의원 현의원을 거쳐 1972년 중의원의원에 당선됐고 80년4월 국회개회중임에도 야쿠자간부들과 라스베이가스로 가 도박으로 1백50만달러를 날려 큰 물의가 일자 의원직을 사퇴했다. 3년뒤 다시 당선된 하마다는 국회예산위원장시절 공산당당수에게 「살인자 미야모토(궁본)군!」이라고 불렀다가 논란끝에  위원장직을 물러나기도 했다.

 7선의원을 지낸 하마다는 작년총선때 낙선, 정계를 떠났는데 요즘 그가 쓴 「일본을 망가뜨린 9인의 정치인」이라는 책이 일본의 정계는 물론 전렬도를 들끓게 하고있다.

 소위 일본을 망친 9인의 악질정치인으로 자신을 비롯, 나카소네(중증근) 다케시타(죽하) 미야자와(궁택)등 3명의 전총리, 가지야마 세이로쿠(미산정륙)전자민당간사장, 미쓰즈카 히로시(삼총 박)구후쿠다파대표, 호소카와연립정부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다나베 마코도(전변 성)전사회당위원장, 미야모토공산당의장등을 꼽고 그들의 부정부패행각을 사례를 들어 폭로한 것이다.

 여기에 검은 정치의 대부인 가네마루 신(김환 신)이 빠진게 이채롭다. 아무튼 깡패출신의 독설이어서 문제는 있으나 명예훼손을 당하고도 8인이 반론도 고소도 하지 않아 더욱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제헌이래 14대국회까지 배출한 국회의원은 3천명이 넘는다. 이중에서 한국정치를 파행·불법·사욕으로 망치고 병들게 한 「9인의 정치인」들을 꼽는다면 누가 들어가게 될것인가.

 물론 대다수 의원들은 그시대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애국심과 량심을 지키고, 선공후사의 자세로 선량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지않은 의원들이 정경유착과 이권추구, 권력줄타기등에 의한 배신으로 국민을 분노케한 것 역시 사실인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은 요즘 노동위의 돈봉투사건과 라이벌의원실각공작사건등이 지난날 뿌리깊었던 의원부패와 비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한국정치를 병들게 한 정치인을 뽑는다면 그 기준은 정경유착과 권력람용으로 검은돈을 모은 사람, 그 같은 돈을 그나마 정치발전을 위해 쓰지 않고 개인축재로 돌린 사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쪽에 접근하여 부와 자리를 누린 사람, 일신의 영달을 위해 반민주행위를 주도한 사람, 끝으로 국민을 크게 기만한 사람등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당초 빈손이었다가 권력을 거친뒤 금력가같은 생활을 하는 인사들도 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기야 의원―정치인들에게 중세의 수도승같은 자세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민시대를 맞아 어느정도의 깨끗한 정치구현을 위해서도 나라와 정치를 그릇되게 한 9인이 더 이상 재출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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