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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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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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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잘 쓰이지도 않지만 대학엔 학풍이라는것이 있다. 대학마다 학풍이 다르다. 이것은 학교의 특성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대학의 전통은 학풍으로 세워지는것이다. 고등학교는 평준화되고 대학은 명문화만 좇다보니 이 말은 이젠 고어라도 된것같아 애석하다. ◆지금의 대학로는 옛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자리다. 마로니에 광장이란 이름이 남아 아직까지 정열과 낭만, 그리고 자유분방함을 연상케 한다. 동숭동의 문리대시절은 빈곤과 울분의 시대였으나 정신의 풍요함은 차고 넘쳤다. 문리대 특유의 학풍을 진작하고 이끈것은 학생과 더불어 「광복1세대」의 학자들인 당시 교수들의 풍모였다고 기억된다. 선비형의 스승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명강으로 소문난 강의실엔 다른 대학의 도강생(?)까지 몰려와 북적거리고 열기가 대단했다. 큰 스승들이 거의 떠난 오늘, 국어학자 심악 이숭녕박사의 타계는 가슴을 무겁게 누르면서 허전함을 안겨준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거듭 소개하기 쑥스럽다. 다만 큰 스승의 풍모가 다시 떠오른다. 연구실을 떠난 학자란 상상하지도 못한 평생학문인의 꼿꼿함이 후학들에게 감명과 교훈을 남긴다. ◆▦광복 1세대의 교수들은 선비와 같은 생활에 오로지 학문사랑밖에 몰랐다. 제자에겐 자애로우면서, 가르침은 엄격한것이 한결같았다. 언행의 실수엔 너그러울 수 있으되, 학문의 나태나 과오는 결코 묵과할 줄 몰랐다. 대학의 본질이 학문연구이고 젊음을 정정당당하게 발산하는것임을 직접 보여 주었다. ◆문리대의 학풍은 이렇게 영글었다. 학풍이 없는 대학은 혼이 빠진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대학마저 평준화 획일화한다면, 그것은 교육의 자해행위다. 학풍없이 전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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