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매 만명 고용 창출”/인먼 비판했던 언론도 잠잠 미상원은 3일 한국에 대한 전투기 자체보호 교란기(ASPJ) 판매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이날 청문회에서는 지난해 12월 한국정부에 대해 자신의 권유를 받아 레이더교란장치를 구입토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한국일보 4일자 1면)은 거론되지 않았다.
○군수업자와 좋은관계
지난번 장관지명자였던 보비 인먼에게 별것 아닌것을 가지고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던 이곳 언론들도 이번만큼은 잠잠했다. 그러나 정부고위관리가 민간상업채널을 알선해주며 그것도 결함이 있는것으로 밝혀진 군수물자를 정부차원에서 구매토록 권유한것은 논란의 소지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는게 저변의 시각이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상원인준청문회가 이처럼 순탄하게 진행된데 대해 일각에서는 나름대로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우선 페리가 이른바 군산복합체의 배경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은 많은 군수업자들과의 관계가 불가피한 군사위로 하여금 호감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군수업자들의 좋은 평판까지 얻고 있는 그였으므로 의원들의 선입견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제가 된 ASPJ를 한국이 사줄 경우 볼티모어에 있는 웨스팅하우스와 뉴저지의 ITT등 생산업자는 때아닌 호황을 만나게 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2만여명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커다란 국내문제인 고용창출문제에 도움을 주려한 장관후보자를 밉게 볼까닭이 없을 것이란 색다른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또한 고급 군수물자로 분류돼 있는 ASPJ의 경우 스마트 밤(추적탄도미사일)등과 같이 정부의 공식 채널을 통한 거래는 금기사항으로 되어있어 도리어 페리장관이 간접경로의 도움을 한국측에 준 셈이라는 견해이다.
한 관계자는 만일 미정부가 한국에 정부채널을 통한 해외군수물자판매(FMS)방식으로 ASPJ를 구매토록 할 경우 국회의 인준을 받도록 돼 있는등 절차가 여간 복잡한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군수물자와 상원군사위의 밀접한 관계를 우선 고려해 볼때 이로 인한 장관인준과정에서의 문제제기를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웠다는 지적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더욱이 고위관리가 퇴직후 민간기업에 들어가는 경우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미국의 정서를 생각할 때 상업채널을 알선한 페리의 구설수는 어떤 형태로든 재조명이 시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다만 이번 파문으로 인해 한미양국간에 외교마찰이 발생한다든지 하는등의 추가적 파장은 사안자체가 워낙 미묘한 부분이므로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주요관찰업무” 해명
한편 행정부 의회등 워싱턴 정가는 페리국방장관 에 대한 무기구매 요청문서 파문의 추이를 민감한 반응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부장관 재직시 문서발송 사건은 그 내용이나 절차에서 별다른 하자가 없는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부장관이 주요 군사무기의 해외이전 문제등에 대한 관찰업무를 수행하는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요컨대 페리지명자의 문서발송 행위가 「주요 관찰업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상황을 둘러싼 미묘한 시기에 이런 파문이 터져 나와 한미간에 안보공조체제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는 정가의 지적을 의미심장하게 되새겨야 할것 같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