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나선 「돈봉투」 가장 우려/“정치 무기력화 빌미 안되길” 정치권의 기류가 심상치않다. 여야를 가리지않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무언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국회노동위의 돈봉투사건이 물의를 일으키더니 곧이어 박재규전의원고발을 둘러싼 폭로가 4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터지고 다시 부부동반외유가 구설수에 올랐다. 불과 10여일사이에 이어지고 있는 추문들은 그렇지않아도 위축돼있는 정치권에 위기감마저 주고있다. 과거 공안정국의 사례와는 궤가 다르지만 지난해 정치권에 찬바람을 몰고온 재산공개파동등 일련의 사정정국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4일 민자당의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당연히 최근의 사태들에 화제가 모아졌다. 1시간가까이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일련의 추문들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종필대표는 전날 청와대주례회동에 대해 언급하며 김영삼대통령의「관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례회동에서 김대통령은 이들 사건에 대해 김대표의 생각을 일일이 물었다는데 그 모습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중 정치권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돈봉투사건이다. 검찰수사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고 한국자동차보험의 박장광상무가 뇌물공여사실을 시인하는등 확산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부갈등에서 이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자칫 심각한 피해를 입게될 가능성이 크고 민자당도 더이상 강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어서 여야 모두 안절부절 못하는 형국이다. 수사결과 의원들가운데 관련자가 나타날 경우 여야는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민자·민주양당은『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만 말할뿐 극히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속으로만 애를 태울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검찰이 서울지검특수부를 전부 동원하다시피 하며 이 사건에 매달리는 것은 무언가 상층부의 기류가 감지됐기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과거 경험으로 볼때 검찰이 정치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면 반드시「불행한」상황이 생겼다는게 많은 정치인들의 지적이다.
정치권은 박재규전의원고발문제도 돈봉투사건못지않게 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사건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명국의원측과 사건을 폭로한 전대월씨의 주장중 어느쪽이 옳은지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의 비도덕적인 풍토가 적나라하게 공개된 사건인만큼 정치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원자력문화재단의 비용으로 외국여행을 하면서 일부의원이 부인을 동반하고 일정을 무단변경하는등「오해」받을만한 행동을 한 사실도 정치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한동민자당원내총무는『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자성해야한다』고 말했다. 한 야당의원은『정치인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면서『지역구민이 정치를 좀 잘하라며 질책을 하곤 한다』고 말해 정치권의 난처한 처지를 털어놓았다.
정치권은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이 정치권을 다시 무기력하게 만드는 빌미가 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잘못은 가려져야 하지만 또다시 정치판이 얼어붙는 상황이 재현돼서는 안된다는게 대부분 정치인들의 시각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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