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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 “이제 졸은 안된다”/「지둘러」답게 장고 거듭에도 독립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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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 “이제 졸은 안된다”/「지둘러」답게 장고 거듭에도 독립행보

입력
199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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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후 산악회 발족 “출사표임박 징후” 민주당내에서 김원기최고위원의 신중성은 유명하다. 그는 매사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사숙고한뒤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별명이 「지둘러」(기다리라는 뜻의 방언)이다.

 당내에서 지도체제정비를 위한 조기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놓고 각계파가 속속 입장을 정리해 가고있는데 김최고위원진영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역시 「지둘러」답다는 평이다.

 김최고위원은 일찍부터 당권도전을 공언해온 김상현상임고문과 함께 이기택대표의 당권을 위협할 수있는 강력한 도전자로 꼽힌다.

 비주류의 김고문과 정대철고문진영은 오래전부터 조기전당대회 기치를 치켜들었다. 개혁정치모임(이사장 림채정)도 최근 정기이사회에서 조기전당대회를 공식 결의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이대표의 주류측은 불감청고소원(굳이 요청하지는 않지만 바라는 바다)이라는 입장속에 관망자세를 취하고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최고위원의 태도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만큼 최근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당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김최고위원은 아직까지 당권문제 논의 공론화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UR 물가 북한핵등 절박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당권문제를 논의하는것은 당력분산을 초래할 뿐아니라 국민정서에도 맞지않는다는것이다.

 그가 처한 특수사정도 있다. 김최고위원은 넓게보아 범동교동계에 속한다. 이른바 「김심」(김대중전대표의 의중)을 의식하지않을 수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때는 「김심」을 좇아 당권경쟁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수석최고위원자리를 차지할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치생명을 걸고라도 승부수를 뛰워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그런데 동교동계의 풍향이 순풍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립은 되어야하는데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다가 당내기반이 비교적 튼튼한 그로서는 현체제로 지자제를 치러 현지도체제의 결점이 보다 명확해지면 당권을 무혈접수할 수있다는 계산을 할법도 하다.        

 김상현―정대철고문진영을 축으로 형성되고있는 비주류연합이나 당체질개혁을 외치고있는 개혁정치모임의 움직임이 가져올 이해득실에 대한 검토도 아직 끝나지않았다. 그래서 김최고위원은 장고를 거듭하고있는것이다.

 그러나 그가 마냥 생각만하고있다고 보면 오산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피면 김최고위원 진영의 분주한 움직임이 어렵지않게 감지된다.

 김최고위원은 지난 연말 2천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룬 자신의 후원회 결성식에서 『이제 정치인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졸이어서는 안된다』고 「정치적 독립선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면서 소리안나게 각계원로와 전문인들을 접촉했다. 최근에는 보좌진을 대폭 보강했다. 정책기능을 강화했고 국내및 해외언론의 논조도 면밀히 분석해 보고서를 올리도록했다.

 후원회에 가입한 교수진과 전문가그룹을 계보연구소인 한백연구소와 유기적으로 연계시킬 복안도 세워놓고있다. 설 이후에는 한백산악회를 발족시킬 계획이다.

 그가 오랜 기다림끝에 출사표를 던질 시기가 멀지않았음을 느끼게하는 대목들이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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