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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릿힘(우리말 바로쓰기)

입력
199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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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사람들은 꾸준하고도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일에는 소를 이용하였고, 강한 순발력이 필요한 일에는 말을 주로 이용하였다. 그래서 짐을 싣고 가는 일에는 소달구지가, 사람이 타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 일에는 말이나 마차가 유용하였다. 자연히 말의 힘은 속력이나 기동성과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개념이 오늘날에도 자동차의 각종 제원 가운데 「마력」이라는 단위로 남아 차량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가 되었다. 그래서 보통 한 마력이라고 하면 대개 말 한 마리의 힘과 맞먹는다. 요즘 길거리를 질주하는 일반 중소형 승용차들이 대개 백마력 안팎으로 보면 큰 틀림이 없었다. 말 백 마리 안팎이 끄는 마차를 연상해 보면 승용차 한 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수 있다.

 그러나 말보다 소나 노새, 나귀등을 애용했던 우리 문화에서 영어의「호스 파워」(HORSE POWER=곧 말 힘)라는 말을 그대로 직역해서 쓰는 것은 그리 슬기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예부터 짐의 양을 나타낼 때 짐승의 마릿수를 썼다. 이른바「바리」라는 말이다. 마소의 마릿수에 해당하는 짐의 양을 「한 바리」니「두 바리」니 하고 헤아렸다. 그러다가 운반 수단이 기계화되면서 급격하게 사라져 가는 말이다.

 이 말은 오직 수량 단위로만 쓰이지도 않았다. 「짐 바리」 혹은 「장작 바리」라는 말로 「약간의 양」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직 우리의 전통 정서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바리」라는 말이 「힘」을 덧붙여 「70 바릿힘」이라든지 「1백 바릿힘」과 같은 표현을 해 보면 삶의 현실과 거리가 생긴 우리의 말을 더욱 발전적으로 가다듬을 수 있게 될 것이다.<김하수·연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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