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고발없이도 노동위원 소환/예금계좌 추적 등 물증확보 관건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은 3일 검찰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천명하고 본격수사에 나섬으로써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김도언검찰총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기본수사방침을 발표, 『국민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조속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특히 『수사진행상황에 따라 국회의 고발없이도 노동위 의원들을 소환할 수 있다』고 밝혀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루 전까지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아래 「국회고발후 의원소환」방침을 표명해 온 검찰의 이같은 자세전환은 노동위 의원들의 수뢰여부에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거나, 적어도 수사과정에서 수뢰혐의를 밝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검찰은 이창식한국자동차보험 전무가 2일 국회 윤리위에서 박장광상무가 김말롱의원에게 1백만원이 든 돈봉투를 주려 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은 다른 의원들에게도 상당한 돈이 건네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판단한듯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사건이 국회차원의 조사를 통해 유야무야될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그간 검찰의 엉거주춤한 자세에 쏠렸던 비판적 여론을 달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단호한 수사의지표명은 다른 한편으론 수사결과 사건진상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할 경우 쏟아질 비난에 대한 사전방비책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검찰주변에서는 검찰이 그간 정치권을 의식, 본격수사를 미뤄 관련자들이 서로 진술을 짜맞추고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여유를 줌으로써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뢰의혹의원들의 범위가 불투명한데다 이들의 예금계좌및 수표추적등 물증확보도 여의치 않아 결국 뇌물제공의사를 표시한 박상무등 한국자보의몇몇 관계자들을 처벌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수뢰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면죄부만 주고 끝나는 최악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어쨌든 서울지검의 수사실무자들은 검찰총장의 「조속한 진상규명」발표와는 달리 수사진척속도를 예상하는데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민감한 사건이어서 무작정 수사를 진행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우선 수사기술상의 어려움이 있는데다가, 야당의원들이 다수 의혹대상으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검찰이 정치공세의 틈바구니에 끼여 곤란한 처지가 될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의 신중한 행보에는 정치관계법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앞두고 가급적 오랫동안 야당의 발목을 잡고 있으려는 정치권의 희망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한편으로는 뇌물수사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한국자보의 부당노동행위문제가 부각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 봄 전체 산업의 노사분규에 불씨를 던지는 부작용을 피하려는 고려도 엿보인다.
검찰이 이처럼 복잡미묘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 「철저 수사」의지표명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내 놓을지는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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