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의 파장은 남북한관계나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등에 국한되지않는다. 간혹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엉뚱한 일을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일본의 한 주간지와 러시아군총참모부가 벌이고 있는 북한핵공방전이 그 예다. 사건의 발단은 일본의 주간문춘이 러시아군총참모부의 비밀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핵무기를 한두개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의 유력일간지 이즈베스티야가 즉각 반응을 보여 군의 비밀문서가 어떻게 유출될 수 있었는지 개탄하고 모스크바주재 각국 특파원들은 러시아총참모부로 기사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등 파문이 확대됐다.
이에 콜레스니코프총참모장은 군기관지인 크라스나야 즈베즈다(적성)를 통해 『일본주간지의 보도는 날조된것』이며 『비밀문서라는것은 존재하지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즈베스티야는 「주간문춘」이 또다른 비밀문서를 곧 기사화할 예정이라며 군참모부의 반론을 일축했다.
이 공방전의 초점은 북한의 핵개발여부라고 말할 수있다. 그러나 한꺼풀을 벗겨보면 그이면에 이들 국가의 국익이 숨어있다는 느낌을 떨칠수 없다.
일본의 일부언론은 북한의 핵개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위기의식을 증폭시켜 핵무장이나 평화헌법개정을 간접적으로 합리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물론 가상적국인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을 직간접으로 지원해왔다는 점도 부각시켜왔다.
러시아군 일부도 구소련시절부터 맺어온 북한과의 유대관계로 아직도 친북한성향인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과거처럼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을 강화하는등 영향력을 행사하길 희망하고 있다. 콜레스니코프총참모장이 『이 기사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이간시키려는 자들에게 유용할것』이라고 말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단 일·러시아뿐만 아니라 미중등 주변국들은 북한의 핵개발여부가 아니라 「북한카드」를 이용해 주변정세를 자국에 유리하도록 끌어가려고 한다는것이다.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싸고 세계열강들이 벌인 세력다툼의 교훈을 되새겨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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