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진정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을것인가 아니면 끝내 거부하여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는 파국으로 치달을것인가는 전세계의 중대한 관심사다. 지난 연말 핵문제 해결방식에 합의했던 미국과 북한이 최근들어 갑자기 강경한 대결자세로 돌아섬으로써 한반도엔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울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이 당연히 받아야할 핵사찰 약속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북한이 발표한 외교부성명은 미국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퍼부어 눈길을 끈다. 미국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팀스피리트훈련중지대신 다른 훈련을 계속한다는것이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계획은 힘으로 누르려는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신」이란 표현과 함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류보의 철회 및 핵개발착수를 시사한것은 이례적인 경고이자 협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미국무부와 IAEA측은 『핵사찰에 진전이 없거나 거부할 경우 유엔제재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미상원은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중지하고 사찰을 수용할 때까지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한편 팀스피리트훈련을 강행할것을 클린턴대통령에게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이 심상찮은 강경자세 역시 주목되는 일이라 하겠다.
물론 북한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계획을 대미비난의 큰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순조로울것으로 예상됐던 핵사찰문제로 새삼 대립된것은 미국과 북한간의 타결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미국은 녕변의 7개 핵시설에 대해 IAEA의 전면사찰을 받는것으로 보고있는 반면 북한은 「IAEA의 담보연속성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한정된 사찰」, 즉 2개 시설의 경우 배터리와 필름만 교체하는것으로 주장하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사찰을 지연시키는 진짜 의도는 몇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최대한 시간을 끌어 핵카드의 효과를 늘리는것이고 다음엔 작년 NPT탈퇴를 주도, 김부자체제를 유지하는데 중심역할을 한 김정일의 생일인 오는 16일전까지는 IAEA사찰팀의 입북을 막자는것이며, 셋째 전면사찰을 허용할 때 IAEA가 아닌 미국에 대해 생색을 내어 보다 많은것을 얻어내기 위한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김일성이 올 신년사에서 『북핵문제가 논란이 된것은 미국의 반사회주의 반공화국책동의 산물로서 이는 결국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해결지을것』이라고 밝힌데서 속셈을 엿볼 수 있는것이다.
이제 북한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핵사찰수용으로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등의 내부위기를 넘길것인가, 아니면 끝내 거부하여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유엔과의 대결을 택할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오는 21일까지 끝내 지연시킬 경우 IAEA이사회는 「사찰불가」를 결의, 유엔안보리에 강력제재를 권고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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