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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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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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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들이 자주 쓰는 말중에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느니 「인생류전」이라는게 있다. 그런 말들이란 세속의 운명론적인 정서를 담은 것이어서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런 말로밖에는 적절히 표현키 어려운 무상한 일들이 시대적 격변기에는 흔히 일어난다. ◆지난 89년 구속된 박재규의원을 고발했던 전비서관 전대월씨의 최근 양심선언도 사실이라면 삶의 얽히고 설킴과 무상함부터 생생히 드러내어 보인다. 먼저 떠오르는게 박의원고발·구속을 개인적 정적제거 차원에서 추진했고, 당시 청와대측과 함께 여소야대정국조종책의 하나로까지 확대시켰다는 배모의원이다. 륙사 및 하나회 출신의 과거 세도가 퇴색하면서 양심선언이 터져나왔고, 직접 경영해온 건설회사마저 부도가 나는 비운을 겪기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88년 당시 막강했던 배씨를 꺾어 의원에 당선됐던 박의원의 수난과 부침도 매우 상징적이다. 당시 김영삼씨 주도 야당의 실세였던 서석재씨의 생질로 야당붐을 타고 무명에서 세도의원을 꺾은게 도리어 화근이 되어 정치공작과 구속의 희생이 됐었는데, 세상이 바뀌면서 서씨와 함께 사면되었는가 하면 전씨의 양심선언마저 나왔으니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소리가 새삼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모시던 의원을 고발, 배반의 대가로 지난 3년간 8천5백여만원을 받아 호구지책으로 삼아왔다는 전씨의 팔자도 기구하기는 오히려 두 사람에 못지않다. 협박과 회유를 함께 받으며 가책 속에서 살아오다 건설회사부도로 도움받을 길조차 끊겼으며,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 또다른 보복마저 걱정해야할 이중의 늪에 빠진 셈이 아닌가. ◆시류에 따라 측근인사가 오히려 모시던 어른을 고발하고, 양심선언으로 뒤집기도 하는 세상을 「인생류전」말고 달리 표현할 길이 있겠는가. 이 사건의 뒤처리가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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