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팽배… 대응수위 고심/유리한조건 따내기위한 엄포○워싱턴의 시각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유보철회경고에 대한 워싱턴외교가의 공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1년여 이상을 끌어온 북핵관련 협상이 결국 결렬위기에 봉착한게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미국정부는 북한이 전면핵사찰요구 및 한국내 미군전력보강 움직임등 최근 미국이 취해온 일련의 조치를 문제삼아 NPT완전탈퇴의 배수진을 치고 나오자 강경이냐 온건이냐의 대응수위 선택을 놓고 또 한차례의 고민에 빠지고 만 셈이다.
지난달 31일 워싱턴의 한미 양국관계자들은 이에 따른 긴급 구수회의를 갖고 북한이 NPT탈퇴보류철회를 공식선언한 상황은 아닌 만큼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정리했으나 『분위기가 극도로 안좋아지고 있다』는데 공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무부대변인실은 이날 비공식논평을 통해 『핵문제타결에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수밖에 없는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 국무부 정보조사국의 고위 관계자도 『북한의 핵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일련의 협상이 큰 난관에 봉착해 있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명간 핵관련 기사가 한국신문의 1면을 연일 장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로 미국측이 모종의 대응조치를 강구중임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정부는 결국 북한이 NPT탈퇴유보철회를 공식 선언할 경우 이제는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다시 둘 수도 없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즉 북한은 현재 NPT를 탈퇴(93년3월12일)했다가 NPT탈퇴의 효력이 발효되기 하루전(93년6월11일)에 이를 보류시킨 것인데 사실상 법적으로 이미 NPT회원국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또한 더이상 NPT회원국이 아닌 북한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는 강제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결국 미국의 딜레마는 북한의 카드에 대한 대응방법이 녹록지 않다는데 있는것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IAEA시각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외교부의 31일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유보철회경고 성명에 대해 공식논평은 않고 있으나 핵사찰협상 진전에 부정적인 신호로 보고있다.
지난 1월7일부터 시작된 북한과 실질적인 IAEA간 협상은 한달이 가까워지도록 진전을 보지 못한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나온 북한의 위협적 성명은 그들이 입장을 누그러뜨릴 의사가 전혀 없음을 확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의 조속한 타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양측은 지금까지 비공식접촉을 포함, 빈의 IAEA본부에서 6차례 핵사찰협상을 진행해 왔다. 협상은 대체로 IAEA가 사찰대상의 기술적 세부사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북한이 각항목에 대한 반론과 보충설명요구를 제시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현상황도 지난달 25일 북한측 추가설명요구에 따른 IAEA의 답변문서에 대한 평양측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북한외교부 성명은 일단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 배치계획등 미국의 태도를 약속위반으로 몰아붙이는 대미경고성이 강하지만 IAEA와의 협상실패에 대비, 책임 전가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IAEA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협상을 완전 거부하지 않으면서 한쪽으로는 협상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최대치를 얻어 내려는 협상전술적 측면에서도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수세적 국면에 몰릴 때마다 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그럴수 있는 가능성을 경고, 협상에서의 반사적 이득을 추구하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21일부터 열리는 IAEA정기이사회는 더이상 넘길 수 없는 「시한」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식돼 있다. 이사회 이전에 사찰이 개시되려면 사찰소요기간을 2주로 볼때 최소한 금주에는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
북한과 IAEA는 다함께 사실상 마지막 시한에 쫓기고 있다. 그럴수록 북한으로서는 「위기상황」을 조성해 두는것이 대내외적으로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같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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