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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중문화 대응 정공법으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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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중문화 대응 정공법으로(사설)

입력
199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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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로명 주일대사는 31일 『현재 일본의 서적과 비디오테이프 위성방송을 통한 TV프로그램등은 사실상 개방된 상태다. 음성적으로 이를 묵인하는것보다 양질의 문화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는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일문화교류문제도 대등한 관계에서 정공법으로 나갈 때가 됐다는 뚜렷한 의사를 밝힌것이다. 일본에 주재해온 역대 대사중 공대사가 이 문제를 처음 들고 나온것은 아니지만 이번만큼 확실하게 의사를 밝힌 일은 없었다. 이제 이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여겨진다. 이 문제가 떠오른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65년 국교정상화후 일본은 끊임없이 이 문제를 요구해왔다. 이때마다 우리는 「시기상조다」 「국민감정이 용납을 하지않는다」는 답변으로 이를 물리쳤다. 정부로선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아무도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대비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조차 입에 올리기를 꺼렸다.

 그러는 사이 온갖 일본문화는 물밑으로 하늘로 우리 사회를 파고 들었다. 87년부터 퍼래벌라 안테나가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일본TV문화는 거침없이 안방까지 파고들었다. 현재 전국에 40만∼50만가구가 위성방송청취시설을 통해 아무 여과없이 일본TV를 시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에 모리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일본위성TV나 LD 및 비디오테이프를 즐기며 로바다야키를 먹고 카페에서 기린이나 아사히 맥주를 마신다』는것이 일부 젊은이들의 풍속도처럼 돼버렸다. 저질의 일본만화영화나 일본의 전자오락게임이 청소년을 휘어잡고 길거리에서 일본문화를 접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도 우리는 애써 이를 부인하고 무시하려 했다. 또 못본 척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이젠 정시해야할 때다. 이 국제화시대에 그 뿌리의 대부분을 우리문화에 두고 있는 일본문화에 신경질적인 반응만 보이고 있을 때는 지났다. 지금이 때가 아닐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열어야 할 문이다. 지금부터 이 개방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영화나 가요를 받아들이게 되면 처음엔 그 충격이 상당할것은 짐작이 간다. 저질의 상업문화가 밀려오고 이로 인해 무역적자에 이어 문화적자까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같은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일본대중문화대책위원회」라도 구성해 차근차근 단계적인 수용방법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과 함께 저질문화의 유입을 방지하는 방책을 마련해 가야할 것이다. 이제는 외면하거나 피할 때가 아니다. 정면으로 대응해 나가야할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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