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시장은 세계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소문이 나있다. 기본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금리가 앉아서 떼돈 버는 것을 보장해주고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은행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 53개 은행의 75개 지점이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금융시장의 빗장을 「더욱 빨리 그리고 넓게」 풀라고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많이 버는 돈을 더 많이 더 빨리 벌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계 씨티은행은 국내시장공략의 첨병이다. 씨티은행은 첨단의 선진금융기법과 서비스의 제공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국은행에 대해 갖고 있는 「특수고객」들의 이상한 고정관념이 이들의 「강력한」 영업기반이 되고 있다. 외국은행의 이미지는 국내은행에 비해 뭔가 신분노출면에서 안전하고 금리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고착돼 있다.
외국은행과 거래하면 무슨일이 생겼을 때 조사를 받지 않는다든지 신분노출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든지 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구린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창피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명제가 실시된 상태에서 외국은행의 상대적 안전성은 완전히 빛바랬다. 최근의 장령자씨 거액어음사기사건에서도 은행감독원은 「금융거래 비밀보장」을 이유로 거래국내은행에 대해 자금추적조사를 하지 않았다. 『왜 조사를 하지 않았느냐』 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감독당국이 「비밀보호」 규정을 지켰다. 국내은행이라고 감독당국이 함부로 파헤치고 외국은행이라고 눈치를 봐가며 적당히 지나가는 차별주의는 이제 통하기 어렵게 됐다.
금리를 빌리때는 싸게, 맡길때는 비싸게 해준다는것도 사실은 눈가리고 아옹하는 얄팍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것이 드러나 일반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각종 수수료를 통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은행의 정체가 들통날수록 고객의 발길은 뜸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씨티은행이 국내에 진출한 12개 지점중 하나를 폐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럴수록 외국은행들은 일부 고객에 대한 특수관리등 뭔가 자기은행의 정체를 신비감으로 둘러싸려는 상품으로 고객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갈수록 그러한 필요를 느끼는 고객이 줄어드는게 바로 외국은행의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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