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업무 축소·예산심의기능 강화 중점/타부처파급… 상반기 마무리될듯 정부조직개편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비록 중앙부처를 통폐합하는 범정부적 차원의 기구개편은 아니라 할지라도 중앙부처별로 군살을 빼는 식의 「감량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은 당사자들로서는 「목」이 걸린 사안이어서 공무원사회에서는 그동안 비상한 관심을 끌어온 문제였다.
군살빼기에 제일 앞장선 부처는 경제기획원.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기획원은 스스로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차관보급 1급공무원을 2명 줄이고 국장 2명 과장 3명등 서기관급이상 공무원의 자리를 모두 7명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직제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발표한 다음 총무처와 협의에 들어 갔다.
기획원의 군살빼기선언은 예산당국인 기획원이 청와대와 긴밀한 사전교감에 의해 추진하는 일이어서 타부처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면서도 관료사회의 동요를 우려,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문민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정부조직개편작업이 시도되었으나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대신 이번의 기획원처럼 정부부처별 자율적인 조직개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재석부총리가 부하직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차관보급 두자리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한 기구축소방안을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하자 김대통령은 『기획원처럼 장관책임하에 해당부처가 자율적으로 기구개편을 하는 것이 바로 내가 바라던 사항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부처는 물론 비경제부처와 정부출연기관등 방만한 조직경영을 해온 정부기관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기획원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전망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기획원기구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대외조정업무의 축소와 예산심의기능의 강화이다. 기획원은 대외경제조정실을 국으로 줄여 차관보산하에 편입, 차관보가 대내업무(기획국 조정국)는 물론 대외업무까지 총괄토록 했다. 대신 대외통상업무는 주무부처가 책임지고 추진하되 부처간 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만 부총리가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기획원은 또 예산실기구를 확대,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었던 율곡사업등 방위예산을 직접 심의하기로 했다.
상공부등 일부 경제부처도 기구개편작업을 내부적으로 거의 마무리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공부는 산업기술국을 신설하되 통상 및 에너지관련국을 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교통부도 도시교통국과 지역교통국을 육운국으로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기구축소와 관련, 최대의 관심을 끄는 부처는 재무부와 농림수산부. 이 두 부처야 말로 금융시장개방과 농산물시사장개방등 국제화시대에 맞춰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윤곽조차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재부부의 경우 자본·금융·외환시장개방에 대비하여 기존조직을 통폐합, 통화관리 와환관리 금리조정등을 총괄할 금융기획국의 신설이 신중히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기획원의 한 고위당국자는 『재무부가 기구개편을 해야 정부조직개편이 끝날 것』이라고 재부부의 보수성을 은근히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부처의 조직개편작업은 부처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늦어도 올상반기안에는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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