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저널·문화·연예등 다양한 정보 호감/국제화시대 맞는 독특한 기사 더 발굴을 90년대 들어 국내언론은 국민의 계도에 우선적 기능을 부여했던 종전의 모습에서 벗어나 신속정확한 정보전달과 오락기능에 더많은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우선 TV프로그램들이 현저하게 개편 및 개선되었고, 이어서 신문들도 증면과 CTS등을 통해 더많은 정보와 오락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언론의 변신은 바람직한것이었다. 사람들은 계도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정보습득을 위해서, 그리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TV를 켜고 신문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와같은 맥락에서 보면 한국일보 역시 최근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것은 매주 월요일에 꾸며지는 컬러판 「여성저널」이다. 여러면에 걸쳐서 제작되는 이 방대한 특집에는 비단 유익한 생활정보나 삶의 지혜뿐만 아니라, 국제화시대의 감각에 걸맞는 새로운 여성관과 여성인식도 들어있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획이다. 또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연예란과 영화평, 그리고 문학관계 특집기사들 역시 정보와 오락의 제공이라는 언론의 두가지 주요기능을 동시에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일보가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일부 다른 일간지들처럼 특정 정치색을 드러내거나, 국민을 계도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사회에나 여론을 조성하는 「오피니언리더」는 있다. 그리고 매스미디어 사회에서 그러한 역할은 대개 언론사 논설위원들이 맡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 논설위원들은 그 어떤 정치적 회유나 압력에도 곡필하지 않고, 진정으로 한시대를 이끌어 나갈수 있는 사명감과 통찰력,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국민의 여론이라는것도 결국은 소수언론인들이 담합해서 만들어 놓은 사적 견해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는 그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한국논단」같은 고정칼럼을 통해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기도 하고,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여론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끈다. 그러나 다른 주요일간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일보도 여전히 너무 많은 정치기사들을 싣고 있다. 모든것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는 나라는 결국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쓸데없는 정치관계기사들을 과감히 빼고, 그대신 차라리 문학과 문화, 예술과 교양, 그리고 사회와 경제에 관한 기사를 늘리는것이 한국일보를 비롯한 오늘날 한국신문들의 당면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일보가 오래전부터 특약을 맺고 연재해 오고 있는 「블론디」는 한국일보만의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비록 길이는 짧지만 독자들에게 동서문화의 차이, 한미사회의 비교, 그리고 현대인의 가정문제등 문화와 사회에 대한 성찰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인식과 감각을 갖고 앞으로도 부단한 변신을 해나가기 바란다.<서울대 영문학과 교수>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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