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10여명… 타이틀획득 극소수/늦은 입문탓 「바둑외길파」에 밀려 최근 문용직 4단의 박사학위 취득, 남치형 초단의 서울대 합격등으로 프로기사들의 고학력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실제 프로바둑의 세계에서는 고학력기사들이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고학력일수록 대접받는것이 일반적이지만 유독 프로바둑세계에서는 고학력자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오직 실력만이 말해주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남보다 일찍 바둑에 눈뜨고 오로지 한 우물만 팠던 실전파들을 당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1백20명 가운데 대학문턱을 넘어본 기사는 10여명 남짓. 이 가운데 타이틀을 확득한 경험이 있는 기사는 극히 소수이다. 윤기현 9단(성균관대 경제과)과 강철민 7단(서울대 상대)이 한두차례씩 정상에 올랐고 저단진만 츠전했던 프로신왕전에서 정수현 7단(한양대 영문과)과 문용직 4단(서강대 영문과)이 각각 한번 우승했을 뿐이다.
이처럼 대학출신 기사들이 부진한것은 우선 그들의 프로입문이 20세를 전후한 대학재학중으로 비교적 늦은 편이기 때문. 따라서 자신이 가진 기재를 충분히 연마할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프로바둑의 세계가 바둑과 학업을 병행할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단초기 두각을 나타냈다가 학업문제때문에 기재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기사들도 많다.
이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홍종현 7단과 최규병 6단.
경기고 서울법대를 나온 소위 엘리트코스출신의 홍 7단은 18세인 64년 프로에 입문했으나 학업을 계속하겠다며 아마추어로 돌았다가 69년 다시 입단대회를 거쳐 두번째로 프로기사의 길을 선택한 특이한 케이스. 또 최규병 6단은 조남철 9단의 외손자이자 조치훈 9단의 외조카로 바둑명문가의 후예답게 12살때 입단, 바둑의 신동으로까지 불렸으나 학업문제등으로 한동안 바둑과 거리를 두었다. 최 6단은 지난해 이창호 유창혁에 이어 승률랭킹 3위를 차지하는등 최근들어 기재가 되살아나는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처음부터 바둑 한 길만을 고집했더라면 벌써 타이틀 몇개는 차지하고 남았을것이라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충암고 졸업반인 이창호 6단도 한때 대학진학여부를 놓고 심각히 고민하다가 결국 바둑외길을 선택키로 한것도 바로 이같은 선배들의 전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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