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일산 15분 주파/“딴도리없어 목숨걸고 탄다”/기사친목회 구성 업권다툼까지 늦은밤 장거리운행을 전문으로 하는 「총알택시」운전사들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모임을 만들어 회원이 아닌 운전사들의 영업을 방해하는가 하면, 속도·신호·차선위반은 예사이다. 시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교통질서가 혼란한데도 경찰의 단속은 겉돌기만 한다.
특히 일산 분당 평촌등 신도시가 생기면서 총알택시들이 크게 늘어 심야귀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혼잡지역 장기 주·정차로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호객행위로 거리질서까지 어지럽히지만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울며겨자먹기처럼 이용하는 실정이다.
29일 0시30분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거리. 총알택시운전사 1백여명이 도로변 한차선과 인도에 택시를 세워놓고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원당요!』 『일산 5천원』 호객소리가 요란한데도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한택시가 20여분 호객한끝에 일산으로 가는 승객4명을 태우고 출발했다. 일산까지 약 25. 원당까지는 검문소가 있고 신호등이 많아 속도는 1백여정도였지만 원당을 벗어난 이후 시속 1백30로 질주, 단 15분만에 도착했다.
상오 1시 종로5가 보령약국앞에서 승객 4명을 태운 운전사는 경찰단속이 뜸한 도봉역부터 시속 1백30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차선위반은 물론, 서울방향으로 진입하는 차가 드물다고 중앙선을 넘어 달리기도 했다. 승객들은 짐짝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한 손님이 불안한 표정으로 너무 빠르다고 말하자 운전사는 『총알택시 처음 타봅니까』하고 퉁명스레 되받았다. 보통 1시간∼1시간30분 거리를 단 20분만에 완주했다. 승객들은 약정한 3천원씩을 주고 내렸다.
영등포역주위는 더늦게까지 손님이 있다. 50∼1백여대의 택시가 열차에서 쏟아져 내리는 손님을 맞는다. 새벽 2∼4시까지 황금시간이다. 20∼30분 간격으로 열차가 도착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이 좋은 이곳에서는 운전사들이 「스마일친목회」를 만들어 회원이 아닌 운전사들의 영업을 방해하고 폭력을 휘두르다 최근 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외곽엔 이같은 총알택시집결소가 동서남북 20여곳이나 된다.
총알택시들은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 로터리 주변을 빙빙 맴돌며 교통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등포역주변 단속경찰인원은 의경 2명, 형사1명, 시경교통안전계지원병력등 14명이나 되지만 총알택시들은 변함없이 성업중이다. 경찰의 단속근거는 ▲타시도 영업행위 ▲합승행위 ▲장기정차 ▲정류장질서문란 ▲호객행위등이지만 실제로는 주정차위반에 그치고 있다. 합승행위로 단속을 하자면 승객의 진술서가 있어야만 하는데 응해주는 승객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총알택시를 없애기 위해 경찰과 함께 단속을 펴는 한편 지난해 3월부터 부천과 영등포간 심야좌석버스를 새벽 2시까지 운행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산까지는 심야좌석버스가 없어 총알택시를 이용한다는 김모씨(29·회사원)는 『미봉적인 단속보다 전철운행시간연장이나 심야좌석버스확대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이태규·김관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