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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엽수가지 기생… 엄동에 푸르름 더해/겨우살이(꽃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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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엽수가지 기생… 엄동에 푸르름 더해/겨우살이(꽃이 있는 삶)

입력
199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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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풍한설이 몰아칠수록 까치집처럼 가지끝에 매달린 겨우살이는 흔들흔들 마냥 신난다. 추위가 매서울수록 더욱 푸르다. 배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팽나무등 낙엽활엽수의 키큰 나무 가지끝에 붙어사는 오렌지족같은 늘푸른 관목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나무와는 달리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남의 나뭇가지를 골라 제집처럼 뿌리를 박고 산다.

 가을에 노란 색깔의 콩처럼 둥근 열매가 익으면 까치나 산비둘기등 산새가 이를 먹고 다른 나뭇가지에 똥을 싸면 씨가 싹을 틔운다. 뿌리가 돋아나면서 나무껍질을 뚫고 가지의 살속을 파고 들어가 영양분을 마음껏 빨고 산다. 

 높고 깨끗한 가지, 좋은 자리만 골라 그 위에 집을 짓고 사철 놀고 먹는다. 양식걱정을 할 필요없으니 상팔자이다.

 사람들로 부터는 불사신의 상징으로, 하늘이 내린 신령스런 나무로 숭상을 받으니 땅에다 뿌리를 박고 사는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분통 터질 노릇이다.

 한문으로는 추위에도 푸르다며 동청, 기생해서 사는 나무라 해서 기생목, 더부살이꾼이라 해서 우목,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있는 것 같다 해서 조목이라 했다.

 동서양이 다 만병통치약으로 썼다. 특히 뽕나무에 사는 겨우살이는 상상기생목이라 해 귀한 약재로 친다. 눈을 밝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한다. 머리털과 이를 단단하게 한다. 산모에게 특히 좋고 애 못낳는 여자에게는 아기를 갖게 한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새끼를 못낳는 가축에 먹여 새끼를 낳게 했다.

 평안도에서는 전염병이 돌면 문 밖에 걸어두고 역신을 쫓았다. 아프리카에서는 부상을 입지 않는다며 전쟁에 나설 때 부적으로 몸에 지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축하파티가 열리는 방 문간에 걸어 놓고 이 아래로 지나가면 행운이 온다고 했다. 특히 참나무의 겨우살이를 매우 신성시해 얼마전까지도 이름있는 의사들조차 간질병약으로 권할 정도였다.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많은 모양인지 이독에 상수상동사리로 표기하고 있다.【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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