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한동 “세심한 남자” 변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한동 “세심한 남자” 변신

입력
1994.01.31 00:00
0 0

◎원내대책 논리정연… 「두주불사」별명 무색/현실정치 문제엔 함구일관 신중한 행보/「개혁전도사」자임 월1∼2회 강연 열성도 「거구」 「두주불사」 「화려한 경력」 「야망있는 정치인, 그러나 배짱은 없는 전형적 여권인사」…  이한동의원에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민자당주변에선 최근 이런 이의원, 아니 이원내총무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우선 거구의 몸집이 주는 성긴 인상과는 달리 요즘들어 부쩍 세심한 면모를 보인다. 치밀하고 논리정연해져간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당직자회의에서 보고하는 원내대책등을 들어보면 『상당히 정리가 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총무가 남이 써주는 원고를 읽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소에 국회의 권능, 여야관계, 의원의 자세등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있다. 

 민자당사 6층 원내총무실에서 기자들은 이총무로부터 하루 한차례정도 강연을 듣는다. 중국사에서부터 클린턴행정부의 인맥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의  식견을 은근히 과시한다. 주변인사들은 『이총무가 확실히 책을 많이 읽는다』 고 말한다. 「폭탄계 보스」라는 별명을 갖고있던 그에게 술보다는 책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것은 이미 1년여전부터의 일이다. 이총무가 주로 읽는 책은 국가전략이나 경제, 미래학등에 관한 저술이다. 그의 집 응접실에는 「국가의 일」이라는 책의 일어번역판이 놓여있다. 슬쩍 훔쳐보니 곳곳에 깨알같은 메모가 적혀있다.

 『일본도 국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가적인 낭비가 크다는 내부지적이 나오고있다』지난 연말 정기국회당시 「정치와 인생」이라는 나카소네 회고록의 내용을 소개하며 한 얘기이다. 이때 이미 원내총무기용을 예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에 대해 나름대로의 「시각」을 정리하고있다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치의 일반론에 대해 얘기할지언정 「현실정치」의 영역에 접근할라치면 어느새 꼬리를 감춘다. 기자들의 유도심문에도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여권기류등 민감한 사안은 물론이고 야당과의 협상문제등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경기도 지역의 대표주자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그는 이 지역 의원들과의 식사모임도 자제한다. 계파를 형성한다는 오해의 시각을 피하기 위해서인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는 지난해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한달에 1∼2차례씩 강연을 했다. 이른바 「개혁전도사」를 자임하며 일했다.

 지난 연말 당직개편당시 이의원이 원내총무로 임명됐을때 주변에서는 3선총장에 4선총무라는 점에 의아함을 표시했다. 더욱이 92년 경선이후 좋든 싫든 민정계중진으로 뚜렷이 자리를 잡아온 그의 위상에 비춰볼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본인은 이에 개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출발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총무는 매일 새벽 혼자 등산을 한다. 사색에 방해가 된다며 다른 사람이 따라오는것을 막는다. 60세의 나이에 4선중진인 그가 왜 새 출발을 하는지 짐작하기는 쉽지않다. 다만 그를 잘 아는 한 정치인은 이런 말을 한다. 『그가 배짱이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누구처럼 뛰쳐나가는것이 배짱이란 말이냐. 그는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며 때를 아는 정치인이다』

 「천도무친」 「해불양수」(하늘의 도에는 사사로운 친애가 없다. 바닷물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이총무가 좋아하는 어구다. 자신이 남에 대해 하는 말이지만 때로는 스스로에게 하고싶은 얘기인지도 모른다.【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