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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 “사라진 영화”/국가지원 끊겨 사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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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 “사라진 영화”/국가지원 끊겨 사양길

입력
199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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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45편 제작… 구소의 절반 광대한 스케일과 영상미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해 왔던 러시아 영화가 헤어나지 못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주 구소련의 영화산업을 선도해왔던 모스필름의 창사 70주년 기념식장에서 러시아의 저명한 영화제작자 세르게이 솔로프요프는 『오늘이 모스필름의 생애중 가장 우울한 생일』이라며 『러시아는 영원히 모스필름을 잃을것』이라는 비장한 내용의 연설을 해 러시아의 영화관계자들을 슬프게 했다.

 러시아의 영화가 급격한 사향길에 접어든것은 89년 이후.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받아들이고 모스필름도 자유경쟁의 영화사로 변신하면서 구소련당시 국가로부터 받았던 막대한 재정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재정지원이 끊긴 모스필름의 주수입원은 지난70년간 만들었던 영화들의 로열티. 그나마 연간 50만달러 정도의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스필름은 영화의 양과 질에 있어 할리우드의 영화들과 대결할 수 없는 현격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모스필름이 만드는 영화는 연간 45편 내외. 구소련의 전성기에 비해 절반도안되는 숫자다. 편당 제작비도 50만달러(약4억원)에 불과한데 이러한 제작비로 만드는 영화로는 할리우드의 물량공세를 도저히 이길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요즘 러시아의 극장가는 할리우드의 말초적인 영화들이 독주하고 있다. 줄리아 로버츠의 「적과의 동침」을 비롯해 「JFK」등 러시아 극장가의 판도는 할리우드 영화들에 의해 결정되고 러시아 영화들은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스필름의 사장인 블라디미르 도스탈은 창사70주년 기념식장에서 『국가의 심각한 고민과 지원이 없다면 러시아의 영화는 곧 사망신고를 내야할것』이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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