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순 김생려씨 지휘·백건우씨 협연/특별연주회는 37년간 2천7백여회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우리나라 교향악단 사상 최다 연주기록인 5백회 정기연주회를 2월4일 하오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갖는다. 두텁지못한 음악인구와 정부나 기업측의 지원이 아직도 아쉬운 우리 악단의 현실에서, 서울시향의 5백회의 정기연주회는 우리나라 교향악 운동의 큰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5백회 정기연주회는 서울시향의 초대 지휘자 김생려씨(82)가 지휘봉을 잡고 까까머리 중학생인 14세때 시향과 처음 인연을 맺은 후 몇차례의 협연을 통해 「피아노의 신동」으로 알려졌던 재불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협연하는 특별 회고무대로 꾸며진다. 연주곡목은 하차투리안 「스파르타쿠스 모음곡」 그리그 「피아노협주곡 가단조」 드보르자크「교향곡 9번」등 3곡이다.
이번 무대를 위해 60년대 중반 도미했던 김생려씨는 8년만에 고국으로 달려왔다. 그는 『서울시향이 57년 여름 첫 연주회를 가졌을 때 밀려드는 인파때문에 연주장이었던 부민관의 유리창이 깨져나갈 만큼 청중의 호응이 뜨거웠다』고 회고하고 『한국 정상의 교향악단으로 발전한 서울시향이 이제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발돋움하는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역사는 해방후 어려운 시기인 48년 1월부터 시작된다. 한국 최초의 교향악단이었던 고려교향악단과 서울관현악단을 모체로 태어난 서울교향악단이 바로 서울시향의 뿌리이다. 그후 6·25를 겪으면서 서울교향악단은 해체되고 해군정훈음악대로 되었다가 다시 해군교향악단으로 바뀌었다. 서울시향이란 「문패」를 내건것은 1957년 서울특별시가 시향조례를 공포하면서부터이다. 50여명의 단원으로 출발했던 서울시향은 그후 37년동안 4백99회의 정기연주회와 2천7백여회의 특별연주회를 열어오며 이제는 4관 편성 1백10여명의 단원을 거느린 정상급 직업교향악단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서울시향을 거쳐간 지휘자는 모두 5명이다. 김생려(초대) 김만복(2대) 원경수(3대) 정재동(4대) 박은성(5대) 원경수(현재)로 이어지는 서울시향의 지휘자 계보는 우리나라 교향악 운동의 발전사와 맥을 같이한다고 음악인들은 말한다.
그러나 서울시향은 정기무대 5백회라는 만만치않은 연륜을 쌓아왔지만 아직도 풀어야할 숙제를 많이 안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젯거리는 고정 관객이 없다는것이다. 서울시향의 경우 매년 20여회이상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지만 평균 유료 입장객수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4천여석중 겨우 4백∼5백명에 불과, 평균 15%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음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지나치게 타성에 젖은 레퍼토리 선정과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연주회 홍보가 이같은 청중의 무관심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또 우리나라 악단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내세울만한 독특한 음악적 앙상블이 없다는것도 문제이다. 음악계에서는 『단원들의 느슨한 연주자세도 문제지만 그동안 시향을 거쳐갔던 지휘자들이 음악 트레이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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