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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직장인 점심시간 따로없다/미국의 음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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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직장인 점심시간 따로없다/미국의 음식문화

입력
199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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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 선호… 3불이면 해결/공무원 10불 대접 받을땐 보고 우루과이라운드의 성패가 초미의 관심이 됐던 지난해 12월초. 워싱턴의 이름있는 여론단체인 「세계정치협회(WPC)」에서 특파원을 초청해 북한핵문제와 한국의 쌀수입문제에 관한 의견을 듣기를 원한다는 간곡한 부탁을 받은 일이 있었다. 정치에 관심있는 상당한 지식인들이 모인 단체이면서도 북한핵문제가 해결될듯 하다가 질질 끌고 있으며 북한의 핵보유설에 관한 견해가 분분했던 때라서 한국특파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듣고 싶다는것이다.

 한국 쌀문제 역시 미국인들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취재일선에 나와있는 특파원의견을 들어보는것이 좋겠다는것이 이사회의 대체적인 견해였다고 한다.

 쌀문제는 약간 긴 역사적 설명이 필요했다. 일본이나 한국모두 쌀시장을 지키겠다는것은 쌀이라는 단순한 한 상품의 시장을 지키려는것이 아니라 쌀에 바탕한 문화 또는 정서자체를 지키려는데서 오는 뼈대있는 투쟁이며 이 투쟁은 거의 민족적 동질성을 지키는 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설이 끝난후 『한국인들의 몇%가 지금도 쌀밥만 먹는가』 『한국인들은 쌀밥을 못먹으면 정말 죽는가』라는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결국 한국의 쌀시장개방이 결정된후 몇사람이 전화를 해 『이제는 한국인은 어떻게 할것인가』라는 질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향후추세를 보자』며 대강 응답하고 말았지만 불가피하게 쌀문화속에서 살아온 음식문화의 어떤 부문은 어차피 이 기회에 바꾸지 않으면 안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직장에서까지 한상에 쌀밥을 가운데 놓고 빙 둘러앉아 먹는 음식문화는 국제경쟁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비춰볼때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것이다. 물론 이탈리아나 스페인같은 곳은 사실 한국보다도 관공서나 직장의 점심시간이 더 길지만 미국의 경우는 점심시간이 없거나 서로 교대로 점심시간을 가져 상급자가 하급자의 점심걱정을 한다든지 직장이 점심시간이라는 이유로 텅비는 일은 절대로 없다.

 점심을 샌드위치로 싸온다든지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사먹는데 아침 6시부터 시간차로 출근시간을 달리해 점심시간 역시 11시부터 점심시간을 갖는 사람, 12시부터 나가는 사람, 하오 1시부터 나가는 사람이 달라 사무실에는 언제든 업무가 계속될 뿐 아니라 단체적으로 누가 점심걱정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공무원은 10달러이상의 점심을 대접받으면 보고를 해야 한다. 외부인이 점심을 사는 경우도 상대는 거래당사자가 아니어야 하며 거래성격이 다른 두사람 이상이 참석한 자리에만 점심초대에 응할 수 있다는등의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어 점심대접을 주고 받는다는것 자체를 거의 생각할수 없게 돼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은 점심값이 지나치게 비싸다. 백악관에는 아예 직원식당이 없지만 국무부·국방부의 구내식당의 경우는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6∼7달러(4천∼5천원)면 끝이다. 먹을 양만큼, 먹고 싶은것만을 골라 먹기 때문에 대개 3달러(2천4백원)면 점심값은 해결된다.

 대졸자 초임이 약 3천달러, 그리고 법대나 의대졸업인의 경우는 초임이 적어도 5천달러선이고 보면 미국에서 점심값은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부서책임자가 부하직원을 한꺼번에 몰아 소주파티를 겸한 느긋한 점심식사를 하면서 훈계도 하고 의견도 청취하는것이 리더십의 발휘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점심시간에 바치는 돈, 시간, 버리는 음식물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적어도 그런 비효율적인 데 시간, 돈, 과다음식을 낭비하지 않는 미국과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을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강진에도 침착… “숨겨진 미국의 힘”/이웃 안부 확인… 대피소까지 안내/신호등 작동 안돼도 차량소통 원활

 태풍이나 물난리따위의 천재지변에다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인재등 온갖 재앙에 어지간히 익숙해있는 우리에게도 지진만큼은 남의 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 형태나 상황, 충격등에 대해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지난 17일 졸지에 당한 로스앤젤레스지진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 끔찍한 경험이었다.

 지진이 LA를 덮친 시간은 새벽 4시30분께. 마침 낮 활동시간대가 아니었던탓에 인명피해가 그 정도에 그쳤다는 사후 분석이 있었지만 「초심자」의 공포는 도리어 밤중이라서 극도로 증폭됐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기묘한 굉음과 함께 속을 뒤흔드는 격렬한 진동에 화들짝 잠이 깼으나 도무지 몸을 옴쭉거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침대에서 튕겨나가지 않기위해 거의 본능적으로 시트자락을 움켜쥐는 순간 『지진이다』라는 생각이 얼핏 스쳐 지나갔을뿐 이내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속수무책의 극심한 공포는 정확히 32초간 이어졌으나 실제로는 수십분동안 계속된 듯한 느낌이었다. 

 정전상태에서 강력한 여진이 파상적으로 밀려들 때마다 목조아파트 건물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짐승처럼 『끼이익』하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제멋대로 기우뚱거렸다. 몇차례 지진파가 지나간뒤 간신히 일어나 벽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다. 책상, 선반따위에서 굴러떨어진 물건들이 발밑에서 쓰레기처럼 나뒨굴었다.

 그러나 정작 더 놀란 일은 그다음이었다. 요란한 노크소리와 함께 이웃에 사는 미국인들이 찾아와 『무사하냐』고 안부를 묻고는 얼이 빠져있는 우리가족을 위로하면서 아파트내 빈터에 있는 대피소로 안내하는게 아닌가. 『평생 겪어 본 일중 최악』이라는 누군가의 말대로 그들도 경황중에 잠옷바람에다 간헐적인 여진에 움찔거리면서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웃의 안부를 확인했다.

 내가 『업무여행중이라 전혀 대비가 없었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이들중 몇몇은 집으로 뛰어가 쓰레기장이 된 자신의 집을 손전등으로 뒤져서는 여분의 랜턴과 양초, 담요등을 꺼내와 건네주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한 미국인은 『이 지진으로 잊지 못할 여행이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며 두려움을 달래주려 애썼다.

 날이 밝아지자 놀라운 일을 또다시 목격할 수 있었다. LA지역의 전면 정전으로 이 복잡한 대도시의 신호등이 모조리 꺼졌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듯 숱하게 쏟아져 나온 차량들이 어느 한곳 막힘없이 물흐르듯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결은 딴것이 아니었다. 바둑판식 계획도시라 몇10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네거리마다 일단 멈춰섰다가 먼저 도착한 차량순서대로 정확히 움직이는 것이었다. 

 어느 곳에도 수신호를 하는 교통경찰관은 없었다. 이날 아침거리를 메운 운전자들은 가족,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거나 물, 비상식량등을 급히 구하러 나온 이들이었으나 누구도 이 암묵적인 신호를 어기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남부캘리포니아 대화재당시 참혹한 피해지역 분위기가 너무도 조용한데다 피해자들도 지나치게 침착해보여 의아해했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이번 대지진은 그 피해규모나 공포감의 크기, 도시기능의 마비정도를 볼때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패닉현상이 나타나는게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질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며칠째 끈질기게 이어지는 여진속에서도 제한된 구호물량배급처인 대피소와 구호소에서는 물론이고 아무데서도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연방재해대책기구(FEMA)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의 정부·공공기관이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신속하고 정확한 구호작업과 복구활동에 돌입하는 장면도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없었다. 

 이번 지진은 뜻밖에도 미국의 또다른 힘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일년에도 몇차례씩 재난을 겪어야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로스앤젤레스=이준희특파원】

◎「패스트 푸드점」 미국사회 상징/자국서만 매출 연 870억불… 꾸준한 증가세

 미국의 색다른 풍경중 하나는 전국 어디를 가나 손쉽고 값싸게 접근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많다는 것이다. 맨해턴의 브로드웨이에서나 몬태나 산골도시에서나 똑같은 음식을 위생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미국특유의 개발품인 패스트푸드 체인망의 덕택이다. 「맥도널드」를 선두로 「버거킹」 「피자헛」 「타코벨」 「켄터키프라이드 치킨」 「로이로저스」 「던킨 도너츠」등은 웬만한 도시에 모두 체인점을 갖고 있으며 이밖에도 지역에 따라 무수한 패스트 푸드 체인이 거미줄처럼 처져있다.

 미국의 패스트 푸드는 이미 모스크바와 북경을 포함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데, 작년 한해 미국국내에서만 8백70억달러어치가 팔린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패스트 푸드 소비에 포화상태가 올것이라는 그동안의 진단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패스트 푸드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점포수도 이에 맞춰 증가하고 있다.

 미국내 패스트 푸드산업의 빠른 성장은 미국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첫째 미국사람들은 시간적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 음식을 먹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길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둘째 늘어나는 국내 여행자들이 패스트 푸드 음식점에 많이 몰리고 있다. 셋째 엄마가 음식장만에 전념할 수 있는 전통적인 가정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가정의 감소는 패스트 푸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 푸드는 역시 맥도널드이다. 국내외 최대의 체인망을 갖고 있는 맥도널드는 음식의 다양성 부족등으로 한때 침체에 빠지는 듯했으나 최근 몇년간 체인망확장에 성공하고 있다. 91년과 92년에 각각 2백개이하의 신규체인망을 여는데 그쳤던 맥도널드는 93년에 3백30개의 국내점포를 열었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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