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시작된 김영삼대통령의 중앙부처 업무보고청취는 31일 끝난다. 2월에는 15개 시도의 순방이 이어진다. 중앙과 지방의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받는데 두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에는 거의 3개월이나 걸렸다. 하루에 2개부처씩 보고를 받는등 상당히 간소화하려고 애쓴 결과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식의 업무보고를 해마다 연두에 되풀이해야 하느냐는데 대해 회의가 일고 있다. 비판론의 근거로 여러가지를 들수 있을것 같다.
우선 모양새다. 제3공화국부터 6공까지 내려왔던 권위주의 시대의 관행을 문민시대에 와서도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딱하게 보인다. 권위주의시대의 유물이라 하더라도 시대적 흐름에도 맞는 좋은 제도와 관행이라면 얼마든지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초도순시라는 묵은 관행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각부처의 보고내용만 보더라도 「보고를 위한 보고」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새로운 사업이 계획될수도 없거니와 기발한 묘안을 짜내기란 더욱 어렵다. 새해업무계획은 이미 예산안을 짤 당시 다 수치로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새해가 되었다고 보고를 해보았자 그내용은 중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앞에 보고하는것이니 색다른 내용을 담아야겠다고 욕심을 부리다보면 한건주의의 형식에 흐르는 결과를 가져오게된다. 실현가능성도 희박하고 재원조달책도 막연한데다 다른 관계부처와 협의도 해보지않은 상태에서 불쑥불쑥 던져지는 것이다. 그런 무책임한 보고는 국민들에게 혼란만 줄뿐이다.
산뜻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한 몇번씩이고 되풀이되는 사항들을 사무적으로 늘어놓는 보고회가 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중앙부처나 지방관청에서는 보고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형식적인 행사에 인적 물적으로 적지 않은 낭비가 뒤따른다. 보고도 그러하지만 지시사항도 의례적이긴 마찬가지다. 부처에 따라서 강조하는 우선순위가 다르고 다소 특색이 엿보이긴 하지만 두달 가량을 그런식의 보고회에 매달린다는것은 문제가 있는것 같다.
청와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파악했는지 관계부처가 한자리에 앉아 과제별로 보고회를 갖는등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그것 역시 얼마나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게 많은 문제점이 있다면 과감히 연두보고를 폐지하는 방안도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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