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상의 「예외없는 관세화」원칙은 우리의 쌀시장에 관해서도 예외를 인정해주지 않음으로써 협상발효 첫해인 95년 국내소비량의 1%에서 시작해 2004년까지는 4%로 쌀시장개방폭을 점차 늘려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쌀시장개방문제는 주식으로서의 쌀이 지닌 정치적·문화적 의미의 비중과 더불어 마치 걸어잠근 쌀시장의 빗장이 조금이라도 열리게 되면 우리 농업이 끝장이 날것같은 위기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생산농민의 건전한 판단을 해치고 영농의욕을 크게 저하시키는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이르렀다.
2004년이후의 추가적인 쌀시장개방조건은 2003년의 협상에 따라 결정될것이지만, 최악의 경우로서 관세화방식에 따른 전면개방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때 쌀생산비를 현재보다 약 30% 낮추어가야 국내 쌀농사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떻든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 한층 강화된 형태로 새로 출범할 세계무역기구(WTO)체제아래서 우리의 쌀농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의 유예기간동안에 우리 쌀이 국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노력을 내실있게 추진해가지않으면 안된다는 절대적 명제가 우리에게 제시된 셈이다.
관세화유예기간 10년은 벼농사의 구조조정에 여유를 지닐만큼 충분히 긴 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상당한 성과를 올리기에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라고만 할 수도 없을것이다. 이 기간동안에 우리가 달성해야할 목표는 벼농사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 쌀의 품질을 높여 수입쌀과 국내산 양질쌀간의 소비자 선호도를 차별화시키는 일이다.
우리 쌀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품질향상을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시책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것이다.
먼저 대규모의 일관기계화 작업을 가능케하기 위한 농지기반정비투자가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반정비사업은 1∼3㏊의 대규모단위의 경지정리와 관배수시설을 포함한 범용화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할것이다.
둘째로 농지의 소유 및 이용권의 집적을 쉽게하고 농지유동성제고를 뒷받침할 공공제도장치를 적극 개발도입해가야 한다. 지가를 안정시키면서 농지의 매매와 임대차를 쉽게해줄 수 있는 농지기금과 같은 공공제도를 능률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품종 재배기술등 쌀생산비절감과 품질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짐으로써 70년대의 신품종 개발보급에서 보여주었던 농업기술발전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할것이다.
넷째, 현행 쌀수매제도의 근본적 재검토와 민간유통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유통면에서 고품질 쌀생산을 촉진시킬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주어야 하며 쌀값관리대상은 보통 품질의 「표준미」에 국한시키는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지금까지와는 기술체계가 전혀 다른 대규모 쌀생산경영체를 담당할 영농주체를 어떻게 육성하고 뒷받침해 나갈것인가에 관한 정책을 면밀히 검토,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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