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회사들은 미국쌀 유통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또 대외 쌀시장개방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압력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93년 미국에서 생산된 쌀은 약 7백50만톤. 이 쌀은 거의 대부분 캘리포니아와 아칸소 미시시피주등에 있는 28개 주요 도정회사에서 가공되고 있다. 도정회사들은 개인소유이거나 소수 주주의 파트너십, 또는 농민 공동출자등 3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도정회사들은 최신 첨단장비를 갖춘 초대형 공장에서 쌀을 가공, 자사상표 또는 쌀판매상들에 대해 주문자상표 부착방식으로 포장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백미가 대부분이지만 현미도 상당량이 되며 시리얼이나 쌀과자등 가공식품도 만들고 있다.
1921년 설립된 RGA(RICE GROWERS ASSOCIATION)는 FRC(FARMERS RICE COOPERATIVE)와 함께 대표적인 농민출자 도정회사로 현재 7백50명의 농민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쌀을 가공, 판매하여 이익을 돌려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새크라멘토 북쪽 우들랜드시에 있는 40에이커의 대형공장에서는 생산직 75명을 포함, 불과 1백명의 직원이 연간 20만톤의 쌀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농가가 지난해 생산한 6백40만톤의 3%가 조금 넘는 막대한 물량을 불과 1백명이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공장의 작업이 거의 기계화됐기 때문이다. 각 생산라인에는 최종제품이 나오는 곳에만 사람이 있을 뿐 전부 기계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민학교 운동장보다 넓은 제품보관창고에서도 단 1명의 지게차 기사가 제품을 운반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이 공장 관리인인 제프 브로드쇼씨(41)는 『일본이 냉해 때문에 쌀을 긴급수입하는 바람에 무척 바빠졌다』며 『전직원이 3교대로 주 5일 24시간 일하고 있으나 얼마뒤부터는 주 7일 근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정회사들은 쌀소비촉진과 대외수출을 늘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홍보와 로비를 해왔다.
1899년 도정회사들이 설립한 RMA(RICE MILLERS ASSOCIATION)는 설립초기엔 품질향상을 위해 쌀생산농가에 대한 영농교육에 치중했으나 곧 쌀 수출 증대를 위한 로비단체로 변질됐다.
1984년에는 쌀브로커, 쌀판매업자등까지 준회원으로 받아들여 압력단체로서의 힘을 더욱 키웠고 1986년에는 미 통상법 301조에 따라 일본의 쌀시장봉쇄를 미통상대표부에 제소하기도 했다.
아칸소주와 함께 미국 최대의 쌀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에는 FRC, RGA, CALPAC등 5개의 대형 도정회사가 있다. 새크라멘토항 입구에 위치한 FRC는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이지역 최대의 회사로 캘리포니아쌀의 40%정도를 도정하여 그중 3분의1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윌리엄 후프먼(48)FRC부회장은 『우리는 지난10년간 주로 일본시장을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한국이든 일본이든 상관없이 적극 공략할 것이다』라면서 『특히 한국에 지난 70년대와 80년대초에 쌀을 수출했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시장을 가격및 수송거리에서 유리한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우리는 맛과 품질로 승부할것이므로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새크라멘토=진성훈기자】
◎「칼로스」의 유래/20년대 일·중산 교배 탄생/「캘리포니아 장미」의 약칭
지난해부터 냉해로 쌀생산이 크게 줄어든 일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미국쌀의 대명사 「칼로스」가 1920년께 일본과 중국등지에서 건너간 동양계품종의 자손이란 사실은 역설적이다.
미국에서 쌀은 3백여년간 재배돼왔다. 식민지가 개척된 후부터는 흑인노예노동에 의한 플랜테이션 농업형태로 경작되다가 1900년대 들어 캘리포니아주에 일본인 이민이 본격화되면서 「자포니카」로 불리는 단립종이 도입됐다.
1912년에 세워진 미캘리포니아 뷰트카운티의 캘리포니아쌀육종연구소 기록에 따르면 이때 들어온 종자는 「와타리분」이었다. 이 이름에는 일본에서 멀리 바다를 건너왔다는 의미인 듯 일본말의 「도래선」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뷰트카운티 육종연구소 단립종 개발책임자인 켄트 매켄지박사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강 유역에서 수화된 「도래선」은 주로 일본계 이민자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 양자강 이남에서 건너온 장립종인 인디카계통 쌀(일명 안남미)을 주식으로 해왔던 중국계 이민자들로부터는 찰기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배척됐다. 매켄지박사는 당시 새크라멘토강유역에서 생산되던 쌀은 주로 내수용이었기 때문에 중국인이나 일본인 모두의 입맛에 맞는 쌀을 개발하지 않으면 않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쌀생산농가들이 신품종개발을 위해 성금을 모아 쌀육종시험장을 세웠고, 바로 이 시험장이 미국의 대표적 쌀육종연구소인 캘리포니아 쌀육종연구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새크라멘토강 유역에서 생산될 수 있는 인디카계통 종자인 「콜루소」와 일본계 「와타리분」에서 나온 「콜로로」를 교배한 결과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쌀인 「칼로스」를 만들어냈다.
낟알이 긴 장립종인 인디카계통 쌀과 모양이 둥근 단립종인 자포니카계통쌀의 중간정도인 중립종이 처음 개발된 것이다. 이 중립종은 「캘리포니아의 장미」라는 뜻인 칼로스로 이름지어졌으며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중립종은 칼로스로 불리고 있다. 칼로스는 세계2차대전이 끝난 1948년부터 캘리포니아주 쌀농가들에 전면 보급됐다.
㏊당 생산량이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4.7∼5톤미만이었던 칼로스는 70년대말까지 가장 널리 보급된 미국쌀 품종으로 꼽혔으나 70년대말에 ㏊당 5.5∼6톤을 생산해내는 칼로스M6, M7, M9등 신품종 개발을 계기로 사라졌다.
80년대말에는 칼로스 품종을 근간으로 ㏊당 생산량이 7.5톤이상이나 되고 맛도 훨씬 나아진 「코쿠오」(M401)등 최신 품종이 개발됐다. 코쿠오는 최근 개발된 새로운 칼로스계통쌀(M201, M202)보다 비싼데도 가끔 품귀현상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있다.
매켄지박사는 『현재 한국에서는 캘리포니아쌀이라면 칼로스를 떠올리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칼로스라는 품종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지금 칼로스로 불리는 품종은 칼로스의 변종』이라고 말했다.【뷰트카운티=유승호기자】
◎시카고 「곡물 선물거래소」/1848년 개소,하루 4시간 개장/세계 교역량 절반소화, 국제가 좌우
미국 시카고시의 라살레가는 뉴욕의 월 스트리트와 쌍벽을 이루는 금융 중심가이다. 국제 곡물시세를 좌우하는 시카고 선물(선물)시장이 여기에 자리잡고 있다.
선물시장에는 거래되는 농산물의 현물은 없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밭떼기」도 선물거래의 일종이랄 수 있다. 이처럼 배후에서 매매를 원격조종하는 생산업자나 「큰손」들의 입김이 거래장내에 마련된 수백대의 전화를 통해 중개인들에게 시시각각 전달되고 중개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계약체결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결과로 한국 일본등의 쌀 시장 개방이 눈앞에 닥쳐옴에따라 앞으로 선물시장에서 쌀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이곳의 중개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농산물의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 변동폭이 클수록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서 『한국등의 쌀개방은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의 홍보담당인 존 케이시씨는 『최근에 한국의 정부와 기업 인사들이 잇달아 CBOT를 견학하고 돌아갔다』면서 『한국이 더 빨리 국제화시대에 적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선물시장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중개인들은 CBOT에 40만∼50만 달러를 주고 회원자격을 사거나 임대해야만 선물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선물거래는 농산물의 경우 상오 9시30분에 장이 열려 하오 1시30분 부저소리와 함께 마감하게 된다.
시카고의 선물시장은 각기 독립된 2개의 거대한 거래소로 구성된다. 1848년에 생겨나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CBOT와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 거래소인 시카고 상업거래소(CME:CHICAGO MERCANTILE EXCHANGE)가 그것이다. 이 두 거래소는 상품별로 특화돼 있다. 쌀, 옥수수, 대두등의 농산물과 장기금융선물인 미재무성 장기공채가 거래되는 곳이 CBOT이다. CME에서는 미재무성 단기공채, 유로달러, 주가지수, 외환등의 단기금융선물과 쇠고기등의 축산물 거래가 이뤄진다.
세계의 연간 쌀 교역량 1천4백∼5백만톤중 절반 정도가 이 곳에서 거래된다. 여기서 형성되는 쌀의 선물가격이 국제적인 쌀 시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선물시장 관계자들은 시장 개방에대한 한국 일본등의 저항감을 의식해서인지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농산물선물시장의 총거래액중 5%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CBOT산하 선물회사인 미드 암(Mid Am)사의 쌀 전문중개인 찰스 론디니씨는 『한국과 일본의 쌀시장이 완전개방되기 시작하면 쌀의 세계교역량은 최소한 7% 이상 증가되고 선물시장에서의 거래규모는 15%,가격은 최소한 2배이상 뛸것』이라고 기대했다.
선물 거래의 뒷 돈을 대는 큰 손으로는 카길, 콘티넨탈, 코넬등 소위 5대 곡물메이저들이 꼽히고 있고 이들이 쌀거래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중개인 론디니씨는 5대 메이저들이 쌀거래의 40∼50%를 점하고 있는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가격조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장의 복원능력이 있기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어렵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른다』며 『옥수수의 경우 미국이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격을 조작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시카고=고태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