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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희의장의 개탄/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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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희의장의 개탄/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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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로 인한 부산피란서 환도한 직후인 1953년 10월6일 낮 제50차 국회본회의. 정부가 제출한 「귀속재산처리법개정안」이 상정되자 무소속의 김정식의원이 등단했다. 『…귀속재산에 연고권이 있는 자는 친일파와 8·15직후 사욕에 눈이 어두워 일인재산을 점유한 자이므로 정부안대로 그들에게 불하해서는 안됩니다. 만일 국회가 이런 자들의 금력에 좌우된다면 국회권위를 스스로 부인하는 일로서 이미 몇몇 의원에게 수표봉투가 돌려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같은 발언에 여야의원들은 크게 흥분, 『우리를 뭘로 아는가』 『수표를 받은 의원들을 밝혀라』고 소리쳐 의사당은 수라장이 됐다. 국회는 즉석에서 서이환 정순조의원등으로 6인조사특위를 구성, 진상규명에 나섰다. 발설자인 김의원은 특위에서 『옆자리의 권태욱(자유당)의원으로부터 「출처는 모르나 3인에게 수표가 뿌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명했고 권의원은 『환도때 정부가 여비조로 준 수표가 돌고있다고 했지 귀속재산불하를 두고 한말이 아니라』고 맞서 두사람은 그 자리서 대판 언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결국 2일간의 조사에서 특위는 비록 잘못 듣고 한 발언이지만 「수표」운운은 품위를 실추시킨것이라고 결론, 일부위원들은 의원직 제명론까지 제기했으나 량인 모두 「30일간 출석정지」의 징계를 건의했고 본회의는 이를 의결했다. 한국 의정사상 첫 수뢰파동은 이렇게 일단락된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의원들은 가난했지만 국민의 대표라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러나 2대 국회후반에 접어들면서 일부 의원들은 정경유착의 재미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무렵 국회에서 경제관계 의안심의로 며칠째 논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원들의 수뢰설이 파다하자 신익희의장은 『재벌들로부터 금품을 받은게 분명한 의원들의 뻔뻔스런 모습을 의장석에서 내려다보니 분통이 터질것같았다』고 훗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뒤 력대 국회에서 적지않은 의원들이 로비자금을 받고 또 경제계와 유착되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은 잘 알려진대로다.

 의원들이 한국자동차보험으로부터 김품을 「받았다」 「안받았다」는 이른바 국회노동위원회의 돈봉투 파동은 국민들에게 큰 불쾌감을 주고있다. 연초부터 나라안팎으로 중요현안들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근 1개월째 무위로 지내는 국회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소란을 떠는것은 어이가 없다. 더욱이 처음 발설이 됐을 때  국회의 권위와 정치권의 명예를 위해서도 즉각 조사를 서둘렀어야할 여야의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의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태도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다.

 3년전 상공위의 뇌물외유사건으로 의원윤리강령과 실천규범이 만들어지고 또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는 문민시대이므로 즉각,규명에 나섰어야 했다. 이제 관련의원들이 제소한만큼 국회윤리위는 조속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 조사결과 「사실무근일 경우」, 또 「받은것이 확인될 경우」 국회위신을 실추시키거나 국민을 기만한 것이므로 당사자는 의원직 자퇴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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