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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장명수 칼럼: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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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장명수 칼럼:1637)

입력
1994.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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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할머니 꿈을 꾸는것은 대개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단할 때이다. 그래서 한밤중에 할머니 꿈에서 깨어나면 나도 모르게 울고 있을 때가 있다. 『할머니, 힘들어요』라고 나는 바로 조금전 꿈속에서 만났던 할머니에게 호소한다. 나에겐 두분의 할머니가 있었다.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는 어린 시절의 나를 애지중지하셨고, 몇년전에 돌아가신 두번째 할머니는 내가 중년을 넘어설 때까지 온갖 뒷바라지를 다 해주셨다. 할머니들은 나의 수호신이고, 만능 해결사이고, 무슨 짓을 하든 나를 믿어주는 열렬한 지지자였다.

 어떤 때 나는 내가 할머니들을 지나치게 엄청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것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사실 할머니들은 뛰어나게 유능하지도, 유식하지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마음이 바르고 컸지만, 심술이 있고 불같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늘까지 할머니들을 「수호신」으로 느끼는것은 할머니들이 나에게 쏟았던 사랑이 그만큼 크고, 무량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행복하다』고 믿는다. 부모 자식의 관계에는 어느 정도 긴장과 갈등이 있지만,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여유가 있다. 부모에게 야단맞고 우는 아이들은 언제나 팔벌려 웃고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달려갈 수 있다.

 조부모와 서로 깊이 맺어진 아이들은 사랑의 바다를 행복하게 헤엄치면서 안정감을 얻고, 또 남을 그렇게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홀시어머니를 모시며 한평생 시집살이를 해온 한 부인이 이렇게 말하는것을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 방은 아래층에, 우리 부부와 아이들 방은 2층에 있는데, 저녁에 우리끼리 TV를 보다가 살펴보면 한 아이가 슬그머니 없어지곤 해요. 혼자계신 할머니 방에 가서 같이 TV를 보는거예요. 아이들이 그렇게 가족에 대해 배려할줄 알게된것은 어머니 덕분이에요. 어머니 때문에 힘들었지만, 얻은것도 많았어요. 특히 아이들의 교육에 할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가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도 부모가 중간역할을 잘못하면 손자 손녀들은 조부모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자식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얻게될 소중한것들을 잊고 있다.

 나의 할머니들은 돌아가신 후에도 나에게 힘을 주고 있다. 「할머니」를 부르면 나는 언제나 가슴이 따듯해진다. 오늘의 부모세대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노인을 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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