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학입시제도는 첫 실험결과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 미완의 입시제도가 꽤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된 까닭은 무시못할 순기능적 측면이 돋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고교교육을 정상화 쪽으로 유도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 첫번째로 꼽힌다. 객관식 출제의 학력고사시절, 고교는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시키는 암기위주의 입시교육밖에 할 수 없었다. 새 입시제도의 수학능력시험은 고교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변화시켰다. 점수따기 기계를 만드는 교육에서 탈피, 종합적인 사고력을 길러주는 쪽으로 고교교육의 변화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입시제도와 출제방향이 고교교육의 방향타가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새 입시제도의 두번째 순기능은 수학능력시험제가 재수생을 10만명이상 격감시켰다는 사실이다. 재수생 누증현상은 실로 대단했었다. 최근 3년의 실상을 보자. 91학년도 재수생 응시자는 33만1천명으로 사상 최고였다. 92학년도의 32만6천명, 마지막 학력고사인 93학년도의 32만2천명은 이 기간의 고3 재학생(72만∼74만명)의 45%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재수생의 학력고사 응시비율도 매년 34%를 훨씬 넘었다.
30만명선을 넘어선 재수생 누증사태는 속수무책일 정도였다. 그것이 수학능력시험 도입으로 제동이 걸렸던 것이다. 1차 수학능력시험 응시자 74만1천여명중 재학생들이 52만7천명으로 70.23%를 차지했으며 재수생은 21만3천명으로 28.73%였다. 2차 수학능력시험 때 재수생 응시자는 23만여명으로 1차 때보다는 약간 늘었을 뿐이다.
1차 수학능력시험 때의 재수생 응시자는 93학년도의 재수생과 비교하면 10만9천명이상이 준 것으로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재수생이 20만명대로 감소한 것도 기록적이지만 재수생 응시비율이 30%이하인 28%대로 떨어진 것은 입시사상 최저인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의 재수생 합격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우연이랄 수만은 없다.
대학을 가겠다는 젊은이가 초지일관을 위해 한 두해 더 입시공부를 하는 투지어린 도전을 탓할 것은 없다. 재수나 삼수가 역경과 좌절을 이겨내는 의지까지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면 개인을 위해서는 해볼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회에 30만명이 넘는 젊은이가 맹목적인 대학진학만을 위해 실의와 좌절 속에서 헤매도록 한다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보면 너무 낭비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이다. 그래서 새 대학입시제도 도입으로 재수생이 10만명이상 줄어든 현상을 반가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대학진학을 포기한 재수생이나 고졸미취업자들에 대한 취업문호확대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재수생 감소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는지도 모른다. 새 대입제도하에서는 아예 틀렸으니, 불법·탈법의 도피성 해외유학을 택한 부유층 재수생이 많아진 것이 재수생 격감의 원인이 됐다면 오히려 더 나쁜 현상일 수도 있다. 정책당국이 재수생 격감의 정확한 원인분석과 함께 고졸미취업자들에 대한 정책의 손길을 펴야 할 때가 됐다.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