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수입」 우려가 현실로/결혼적령기 남녀비율은 1백대84/39만명 장가못가… 국가적 문제로/성 선택 임신… 출산율 감소… 독신여성 증가로 더 악화 외국에서 대거 신부감을 맞아와야만 할 시대가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 결혼적령기(남성 25∼29세, 여성 20∼24세)를 맞게 될 새 세대들의 남녀간 성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본 2000년 한국의 모습」을 분석, 예측한 세종대 안철환교수(40·응용통계학과)는 『급속한 도시화, 출산율의 감소,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등이 한데 어울려 성비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이러다간 우리나라에도 「남성결혼지참금제도」가 생겨날 판』이라고 말했다.
안교수가 예측한 자료중 「결혼적령기 인구추이」를 살펴보면 남녀간 성비의 균형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결혼적령기의 남녀간 성비는 95년 101.3, 97년 114를 거쳐 2000년에는 119.4로 변한다. 성비란 여성1백명당 남성의 수를 말한다.
성비를 거꾸로 남성1백명당 여성수로 나타내면 결혼적령기에 있는 남자1백명당 여성은 95년과 97년에 각각 98.7명, 87.7명이 되고 2000년에는 83.7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결국 혼인기에 있는 남성1백명중 16명이 배우자를 찾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통계청의 인구변동 추정도 결혼적령기의 남녀간 성비균형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즉 2000년 우리나라의 20∼24세 여성은 1백88만여명인데 비해 25∼29세 남성은 2백27만여명으로 39만여명의 여성이 부족하게 된다.
성비불균형만이 신부감부족사태를 초래할 것도 아니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해 경제력을 갖춘 여성독신자가 눈에 뛰게 늘어나고 있는 현상까지 감안할때 2000년께 부족한 신부감은 실제는 45만명은 될것이라는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남성 지참금」 생길판
우리나라 결혼적령인구의 성별비율은 80년만 하더라도 여성1백명당 남성이 79명으로 남성이 「대접」을 받았으나 80년대 중반이후 사정은 돌변했다. 일대일로 균형성비를 나타낸 85년을 고비로 2000년엔 정반대로 반전되어 세계최고의 「남아폭증」국가가 될 전망이다.
서울대 이시백교수(56·보건대학원)는 『우리사회에 아직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게 남아있다. 이에 편승해 아들딸을 낳는 성선택임신법이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것이 저출산율과 겹쳐 성비불균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남녀간 성비가 무너지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80년대 후반부터 사회문제로 떠오른 농촌총각 결혼난이 2000년엔 국가적인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성비불균형의 주범은 일부 산부인과의원에서 행해지는 불법의료행위이다. 80년대 중반 선천성기형을 진단하기 위해 보급된 초음파기기가 태아의 성감별기계로 둔갑, 아들을 골라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50만∼1백만원 웃돈을 받고 아들을 낳게하는 변태의료 시술행위까지 하고 있는 산부인과의원이 최근들어 난립하고 있다.
친구의 소개로 J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는 김모씨(32·서울 강남구 서초동)는 『남편이 장남이지만 한 자녀만 갖고 싶다. 아들을 낳아 시부모님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게 됐다』면서 『이 산부인과의 경우 하루 2∼5명의 여성이 아들을 낳기 위해 시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의료행위 만연
이런 산부인과의원측은 여성의 배란주기와 체질을 바꾸면 아들을 낳을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말은 전혀 다르다.
연이산부인과 김창규원장(41)은 『배란주기법과 체질개선법은 미국과 일본에서 들어온 방법으로 사이비의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즉 태아의 성은 난자와 결합하는 정자의 염색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체질을 바꾸거나 여성배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병·의원에선 딸이 임신될 경우 인공유산을 권유하는게 상례다. 5∼6개월후 다시 시술하고 아들을 낳을때까지 이같은 시도를 반복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범람하는 「아들낳는 비법」 소개책자와 약품도 남아급증의 촉매역할을 하고있다.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는 이들 책자와 약품은 소비자들에게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허상만 심어주고, 결국 성별검사를 통한 인공유산을 초래할 뿐이다.
통계청 자료도 최근 신생아의 성비불균형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즉 80년 107·2였던 신생아 성비는 85년의 108·8을 거쳐 90년에는 114·7로 매년 남아의 비율이 급격히 늘고있다. 이들이 결혼적령기에 도달할 2010년이후 혼인기의 남성들은 신부감을 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자연섭리거역 안돼”
짝을 구하기 위한 「전쟁」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대도시 국민학교의 경우 많은 학급이 남녀학생의 짝을 지어줄수 없을 만큼 여자어린이가 많이 부족하다. 때문에 매주, 혹은 매월 돌아가며 짝을 바꾸는 학교가 많다.
물론 이때 여자어린이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남학생들이 자리를 옮겨다니는 불편을 겪는다.
한국사회학회지 93년 여름호에 「성비가 가족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전북대 박경애교수(36·사회학과) 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사이비의술이 최첨단 의학기술로 포장돼 상업적으로 남용되는 성선택임신법은 분명 의료부조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교수는 『아들을 낳아준다는 말에 현혹돼 자연의 섭리에 따른 성별의 신성함을 무시하고 아들만 찾는다면 외국에서 며느리를 들여와야 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성비불균형문제는 해가 갈수록,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도시에서도 남아가 많이 태어나기는 하지만 젊은 여성의 도시유입으로 인해 혼인을 둘러싼 성비불균형의 후유증은 농촌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교수는 80년대 후반부터 뜨거운 사회현안으로 떠오른 농촌총각문제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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