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반입·불법이민 등 우려 영향/출입국통제 컴퓨터구축도 지연 유럽합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상징적 조치인 유럽시민의 자유로운 역내이동이 실행시점을 앞두고 무산돼 본궤도에 들어선 유럽통합열차에 또 한차례 제동이 걸렸다.
영국과 덴마크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연합(EU) 9개회원국은 2월1일로 예정됐던 「센겐조약」의 발효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26일 공식선언했다.
90년 조약이 체결된 룩셈부르크의 마을이름을 딴 센겐조약은 「자유통행조약」으로 불린다. 이는 역내국가의 공항과 육로·해상에서의 여권심사등 출입국과 관련한 모든 통제를 철폐, 유럽단일시장의 완성을 앞당긴다는 목적에서 추진돼왔다.
그러나 사람 상품 자본 서비스의 자유이동을 실현한다는 유럽단일시장이 돛을 올린지 2년째 접어들고 마스트리히트조약(유럽통합조약)이 지난해 11월 발효됐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초보적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완전한 자유이동은 번번이 좌절돼왔다. 당초 93년1월1일 유럽단일시장 출범에 맞췄던 센겐 조약의 발효시점은 그해 7월, 94년2월로 미뤄졌다가 이번에 또다시 늦춰진것이다.
더구나 센겐회원국들은 이번에 다음 목표시점마저 제시하지 못해 유럽통합시간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센겐조약은 정치적이고 기술적인 여러문제에 부딪쳐 지연되었다.
이번 발효의 실패는 일단 컴퓨터시스템의 준비부족 때문인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출입국통제절차를 없애는 대신 보완책으로 각회원국의 출입국관리 및 사법당국을 연결하는 종합컴퓨터망의 구축을 추진해왔다. 이는 범죄자 및 망명희망자등 원하지 않는 입국자를 효율적으로 가려내고자 하는 공조체제이다.
이사업을 맡은 다국적합작회사인 세마사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지연으로 아직 컴퓨터망을 완성하지 못한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사는 『문제는 우리에게 있는게 아니라 컴퓨터의 호환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회원국의 소극적 태도에 있다』고 반박했다.
컴퓨터문제는 핑계일 뿐 사실은 정치적인 요인으로 회원국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후 최악의 경제침체와 높은 실업난에 허덕이는 유럽각국은 국경통제가 완전 철폐될 경우 빚어질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아직 수용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이민과 위장망명의 급증등으로 야기되고 있는 범죄의 증가와 함께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킬것이라는 우려이다.
센겐조약이 지난해 연기된것도 프랑스와 독일이 이민 및 망명관련법안을 정비해야했기 때문이다. 또 일부회원국들은 이민통제와 마약반입등 범죄단속을 위한 공평한 여건이 서로 조성되지 않았다며 인접국들을 비난, 결과적으로 조약발효를 지연시키게 됐다.
센겐조약의 발효가 늦춰진다 해도 각국국민들이 역내이동에서 큰 불편을 겪는다고 할 수는 없다. 유럽단일시장의 개막에 따라 육로를 통한 이동은 사실상 거의 통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항에서는 여권심사등 통제가 지속돼 왔다.
이러한 통제가 사회적 통합분위기를 저해하는 첫번째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일상과 직결된 거주이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유럽통합의 명분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하는 가장 인위적인 장벽으로 인식돼온 것이다. EU가 이번에도 이 장벽을 무너뜨리지 못함으로써 유럽통합의 기운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영국등 3개 EU회원국의 여전한 국경개방 참여반대와 함께 마스트리히트조약비준 과정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통합회의론에 더욱 불을 붙일 소지를 안고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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