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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민자당 업무보고장/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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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민자당 업무보고장/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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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하오 1시30분께 보사부의 업무보고가 있기로 돼있던 민자당사 5층당무회의실 입구에 느닷없이 벽보가 한장 붙었다. 「6층 대표위원실로 업무보고장소를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별 생각없이 지나가는 당직자에게 『왜 넓은 회의실을 놔두고 좁은 대표위원실에서 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하지 않은채  피식 웃기만 했다. 궁금증이 되살아나 다른 사람에게 재차 물어보니 『업무보고에 참석해야할 당무위원(48명)중 겨우 세 사람밖에 안왔는데 어떻게 해…』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정초부터 「올해는 일하는 해」라는 김영삼대통령의 구호에 발맞춰 민자당은 여러면에서 예년과는 다른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애써왔다. 김종필대표에 대한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 당직자 몇 사람만 배석할게 아니라 당의 지도급인사라 할 수 있는 당무위원들을 같이 참여시키자는 생각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지난 19일 당무회의가 소집됐던 날 민자당은 농수산부의 업무보고를 하도록 일정을 맞췄다. 이후 당무회의를 정식으로 소집하지는 않았지만 21일에는 재무부와 건설부, 25일에는 경제기획원과 상공자원부의 업무보고를 당무위원들의 참석아래 진행했다.

 내실이야 어떻든 당무위원들이 함께 정부측의 업무보고를 듣고 질문도 하겠다는 모양새는 일단 보기좋았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출석하는 당무위원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데 있었다. 물론 정식으로 소집한 회의가 아니니 강제성은 없다지만 급기야 3명만이 나타나는 사태가 생기고야 말았다. 당에서는『외유나간 사람도 많고 해서…』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정작 당사자인 당무위원들은 『이미 신문에 다 보도된청와대 보고내용을 그대로 읽고있는 자리에 앉아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이유있는 항변을 했다.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민자당이 하는 일은 항상 이런 식이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민자당이 저지른 또하나의 농두사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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