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독에서 인심나고 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 넘어가지 않는 사람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서는 명동같은 교통정체지역에서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을 보지도 않고 앞으로 내달립니다. 승차거부, 부당요금 징수, 합승행위는 한마디로 가슴아픈 일이지요』 26일 서울 중랑구 상봉1동 제세병원 영안실 벽에는 20년 넘게 택시운전사로 일해오다 자살한 김성윤씨(62)의 유서가 찬바람을 맞으며 나붙어 있었다. 김씨는 24일 새벽3시께 12시간의 근무로 번돈 2만2천원을 회사에 내밀고 『입금해야할 5만2천원에 못미쳐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힘들었던 택시운전사 인생을 마감했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45만원의 두칸짜리 사글셋방에서 맞벌이를 해가며 다섯딸을 티없이 키웠지만 막내가 『아빠가 택시운전사라고 하면 아이들이 놀리고 욕한다』고 말할때 자신의 직업이 제일 후회스러웠다는 김씨.
이날 영안실에 망연히 앉아있던 부인과 딸들은 느닷없이 닥친 김씨의 죽음에 말문이 막혀 찾아오는 문상객들을 제대로 맞지도 못했다. 빈소를 지키던 동료, 후배운전사들은 『젊은이들도 견뎌내기 힘든 격무를 김씨는 무단결근 한번없이 일해왔다』면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도 동료·후배들에게 웃는 낯으로 택시노동자의 근무개선을 위해서 젊은 사람들이 힘써 나서야 한다며 격려했다』고 말했다.
『택시는 행정규제나 세금제도로는 고급교통으로 취급되나 현실적으론 승객이나 운전사에게는 대중교통화된지 오래입니다. 낮은 요금체계 속에서 하루 입금액을 채우기 위해 합승이나 승차거부를 하는 우리는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28일 택시노련 서울지부 노동자장으로 장례를 준비하고 있던 동료들은 큰형같던 김씨의 죽음과 함께 자신들의 근무여건을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구조적 처방없이 택시요금만 올리는것은 시민들에게 요금부담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내달 15일부터 인상되는 요금으로 근무여건이 얼마나 나아지고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개선될지 모두가 의심하는 표정이었다.【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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