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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모험(장명수 컬럼: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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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모험(장명수 컬럼:1636)

입력
199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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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연애할 생각도,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남자친구 여자친구들은 많은것 같은데, 친구이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걱정 안시키고 대학에 들어가는것과 연애결혼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효도』라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젊은이들이 사랑이나 결혼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는 다음 몇가지를 상상해볼수 있다. 하나는 직업의 중압감이 너무 무거워 전문직에서 성공하려는 젊은이들은 직업이외의 것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직을 가진 아들·딸들이 도무지 결혼할 생각을 안한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은 한결같이 『결혼이야기를 꺼내면 아이들이 짜증부터 낸다』고 말한다.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어느 겨를에 선을 보고 사람을 사귀느냐고 머리를 흔든다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에서 찾을수 있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과보호속에 자라고,오직 공부에 매달린채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공부이외의 모든 일을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있어 기초적인 생활조차 어머니 없이는 못해내는 아이들이 많다.

 데이트를 시작한 대학생들이 『차를 마셨는데,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요』라고 공중전화로 어머니에게 물어본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신혼여행을 가서까지 어머니의 지시를 받는 신랑신부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연애나 결혼상대를 자기힘으로 선택한다는것은 도전하기 힘든 모험이다.

 『결혼상대는 부모님이 골라주세요』라고 얌전하게 말하는것이 효도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많은 어머니들은 『우리애는 왜 연애도 못할까요. 길러줬으면 됐지 결혼상대까지 부모에게 책임지라니 얄밉지 뭐예요』라고 거꾸로 불평하고 있다. 『딸애가 연애도 못하는것은 당신이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너무 야단을 친 탓이에요. 이제는 늦게 들어와도 눈감아줘요. 올드미스가 되면 어쩔거예요』라고 남편과 싸우는 아내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남녀의 자연스런 사귐이 많아져서 이성에 대한 신비가 사라지고, 「결혼적령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완화되고 있는것도 큰 이유다. 특히 스스로를 부양할 경제력을 가진 여성, 전문직에서 성공하고 있는 여성들사이에는『직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뚜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다. 부모들은 자녀세대의 다양한 삶을 봐야 한다. 그러나 모험이 없는 사랑, 손해 안보는 사랑, 부모가 책임지고 골라주는 조건좋은 사랑만 선택된다면, 진정한 러브 스토리는 소설속에나 남지 않을까, 좀 섭섭해진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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