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지역 불안·대야협상 등 난제 산적 여권의 행정구역개편관련 행보가 매우 더디다. 누구하나 나서서 똑 부러지게 일을 추진하는 이도 없다. 당은 야당과 정부측만 바라보고 있고 정부측은 정치권 동정만 살피고 있는듯하다. 뭔가 알맹이 있는 그림이 그려질것으로 기대됐던 지난 24일의 내무부 새해업무보고도 행정구역개편논의는 용케 비켜갔다. 그러면서도 각종 소문만 무성하다. 왜 그럴까.
우선 여권내의 목소리가 통일돼 있지 않다. 여권에서 행정구역개편논의를 처음으로 공론화시킨 사람은 민자당의 문정수사무총장. 그는 지난 21일 「인구10만미만 시·군 통합등 부분개편, 서울개편 불가, 야당과의 협상」등의 원칙을 밝혔다. 이것이 여권내 논란의 불을 댕겼다. 먼저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개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개혁차원에서 행정구역개편문제도 다뤄 현행 행정구역체계전반을 검토대상으로 삼아야한다』는 주장이다. 집권초기라는 시기적 이점이 그 이유이다. 『시·군만 문제가 있고 동·구의 체계로 돼있는 서울은 문제가 없단 말이냐』는 목소리도 있다. 주로 문총장이 제시한 기준에 해당하는 30여개 지역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대야협상의 필요성자체를 의문시하는 측도 있다. 이들은 『행정구역개편은 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규정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당정이 떳떳하게 주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 대야협상의제로 삼을 경우 정치적인 논란거리가 돼 행정조직의 발전적 재검토라는 순수한 우리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개편이 유력한 지역들이 벌써부터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이고있는 점도 여권에는 큰 짐이다.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해당지방의회는 물론이고 지방교육청 농협등 각종 이익단체들까지 큰 관심을 갖고 중앙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폐지대상으로 거론되고있는 지역들의 경우 벌써부터 아우성이다』고 심난해 했다.
민자당은 또 잠시 개편논의에 긍정적이었던 야당측이 지금은 한 발을 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최고위원회의가 최근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야당의 독자적인 안을 만들겠다고 나선것도 향후 있게 될지 모를 협상에 결코 좋은 조짐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혹시 협상이 난조에 빠져 정국이 불안정해지는 일은 민자당으로서는 상상할수없는 일이다. 이처럼 돌아보아야 할 곳들이 많자 민자당의 하순봉대변인은 25일 은근히 내무부가 전면에 나서주기를 희망했다. 그는 『지금 당이 먼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입장이 아닌 것같다』며 『내무부가 필요성을 판단해 안을 만들어 가져오면 당정협의도 하고 야당과의 협상도 할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무부라고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문총장이 밝힌대로 30여군데의 시·군만 통합할 경우에도 1만여명이 자리바꿈을 해햐 하고 이 과정에서 일부가실직당해야만 한다. 당사무총장시절 이미 한차례 대폭감원의 고역을 치러냈던 최형우내무장관이 같은 괴로움을 다시 맛보려 할지 의문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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