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강국」 기득권 포기여부 관건/제3세계 보유욕구 해결도 과제 94년도 연례 유엔군축회의가 25일 제네바에서 시작됐다. 이번 군축회의는 그동안 5대 핵강국과 제3세계간 이해대립으로 진통을 겪어온 핵실험전면금지조약(CTBT)의 향후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라르 에레라 군축회의의장은 회의개막을 하루앞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핵무기가 등장한 이래 사상처음 전면핵실험 금지조약협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회의분위기를 한껏 고양시켰다. 보리스 페트로프스키 군축회의 사무국장과 무니르 자란 전임의장도 핵실험전면금지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CTBT의 의미는 북한의 탈퇴선언으로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한계와 불완전성에서 출발한다. 68년 체결돼 70년 3월5일부터 발효된 NPT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조약이다. NPT는 조약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NPT에 불만을 가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알제리 아르헨티나 브라질등은 조약가입을 거부했다. 애당초 핵확산방지의 주대상이던 국가들이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NPT는 출발부터 이빨이 듬성듬성 빠진 꼴을 면치 못했던것이다.
NPT는 내년이면 25년간의 시한이 만료된다. 핵강국들은 자국의 기득권유지를 위해 NPT의 무기한 연장을 바라고 있다. 반면 1백57개 조약가입국중 제3세계 국가들은 무조건적인 연장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3세계의 목표는 당연히 CTBT의 타결이다. 비핵국가의 핵개발만 막을 게 아니라 핵보유국도 핵실험을 완전중지하자는 게 CTBT의 골자다.
CTBT가 이번 군축회의의 주의제가 된것에 대해 핵보유국들이 나름대로 생색을 내고 있지만 제3세계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보는것이 타당하다. 제3세계는 CTBT타결을 현NPT체제 연장의 필수전제조건으로 삼아왔다. NPT연장을 핵강국들에 대한 압력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제3세계의 전략이 어느정도 먹혀들어간것이다.
그러나 CTBT체결이 당장 가능하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NPT가 상당기간 연장되지 못할 경우 5대핵강국이 CTBT체결에 응할지가 우선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핵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이런 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보유를 끈질기게 희망하고 있는 국가들이 과연 CTBT를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분석가들은 간단치 않은 장애물들이 버티고 있긴하나 CTBT의 체결이 대세라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즉 체결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는것이다. 이들은 특히 클린턴 미행정부가 지난해 10월 미핵정책을 일대수정, CTBT의 조기타결을 정부목표로 설정했음을 공식천명함으로써 CTBT의 앞날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핵강국들이 CTBT에 서명한다 해서 그것이 곧 이들 국가가 핵무기를 완전 폐기하거나 핵보유전략을 포기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무기 절멸이란 인류의 염원성취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는 화학무기제조·저장금지조약이 협상시작 25년만인 지난해에야 타결됐다는 사실이 웅변해주고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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