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자문화권에서 인구에 회자되어온 인물론중의 하나가 군자·소인론이다. 특히 조선시대는 신유학인 성리학을 국학으로 삼았으므로 군자론과 소인론이 치열하게 쟁점화됐다. 그 시대 지식인의 영원한 이상형은 군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쟁과정에서도 각 정파는 자신의 당을 군자당이라고 주장하면서 상대당을 소인당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쟁이 격화됐다. 개인에 대한 군자·소인 판정도 어려운 일인데 여러 사람이 모인 붕당을 군자당인지 아닌지 가려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각기 자신의 붕당이 군자당이라고 주장함은 물론 최고통치자인 왕에게도 군자가 되기를 요망하였다.
그렇다면 군자와 소인을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 해답의 원형은 「논어」에서 찾을 수 있다. 「군자는 의에 깨닫고 소인은 이에 깨닫는다」는 구절이 그것이다. 군자는 사회정의인 대의가, 소인은 개인적인 이해가 관심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이후 우리가 열렬하게 수용한 서구적 사고방식으로 보면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교양이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소인이야 말로 교양인이 되는 것이다. 대의를 내세워 시비를 가리는 것은 주제넘는 짓일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남을 흉보는 행위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따라서 우리시대는 군자의 존재 의의조차 상실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소인이 교양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시대에는 인격의 하강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잡배」로 유형화할 수 있는 인간형이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남을 이용하려하고 괴롭히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마음대로 안될 때는 화를 내고 심지어는 음해하려 든다. 어느 세상에 이런 무리가 없을까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이 큰소리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무리 눈씻고 보아도 군자같은 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소인이 교양인을 자처하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잡배만은 더이상 확대 재생산 되지 않았으면 싶다.<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정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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